한국일보

‘코리아 나잇’ 이래도 되는가

2008-07-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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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뉴저지)

지난 7월 11일(금) 나는 뉴욕 메츠와 콜로라도 라키(Rockie) 경기를 보러 메츠 경기장에 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Gate E를 통하여 경기 시작 전, 여유있게 경기장으로 들어갔는데 특이한 광경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입구 안쪽에 Korea Night를 알리는 각종 슬로건과 장치물, 한국관광 안내책자와 함께 볼펜, 부채 등 기념품과 컵라면, 국산 음료 등이 테이블 수북히 놓여있었다. 한켠에는 새우깡 등 스낵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행사요원인 듯한 젊은사람 20여명이 입장하는 사람마다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 관광안내 자료를 무작정 떠맡기다시피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었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내가 앉은 주변에는 유달리 한국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 손에는 비닐백 가득히 조금 전 나눠준 각종 먹을거리를 잔뜩 얻어와서 먹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경기에 흥미를 못 느낀 나는 2회 초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귀가할 생각으로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1층 출구쪽으로 걸어 나가면서 무심코 코리아 나잇 행사장을 쳐다보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불과 조금 전까지 북적대던 행사 장소가 말끔히 치워지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일하던 행사요원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주최측에서 준 거라면서 모두 손에 손에는 먹거리와 기념품들을 가득 담은 비닐백, 라면상자, 새우깡 상자를 들고 심지어는 핸드 카에 가득 싣고 도망치듯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그곳을 빠져나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 때 정확한 시간은 7시15분. 아직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는 중이었고, 적어도 한 시간은 더 행사를 계속할 수도 있었을텐데 행사장을 말끔히 치워버렸다. 그 많던 남은 행사용품(아니 일부러 남긴 것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을 마치 전리품처럼 챙긴 후...

그 때부터 집으로 가는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한 분노는 잠들기 전까지 내내 억제할 수 없었다.후에 알고보니 대한민국의 관광, 농수산 식품 산업을 대표하는 국가기관인 관광공사,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공동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본 행사의 목적과 취지는 좋았으나 그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않았고 막대한 예산을 퍼부으면서도 실효성이 없는 선심성, 전시성 행사로 변질돼 진정한 주류사회에 한국문화 및 관광 알리기 행사라기보다는 일과성, 본부 보고를 위한 형식적인 행사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쓴 돈은 고국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혈세일테고, 그 세금으로 현지에 나온 파견 직원들은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잘 지낼 것이 아닌가.

차라리 소박하게 시식 코너에서 한국 전통음식을 선보인 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판촉용으로 작은 샘플을 별도 준비하여 무료 배포할 수도 있고 한국 관광에 대해 성심성의껏 안내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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