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인경제 살리는 묘수는 없을까

2008-07-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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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고문)

주택가격과 주식시장의 침체, 고유가와 인플레 등 겹친 악재로 세계의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국인들의 경제생활이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소비자 중 78%가 샤핑 횟수를 줄였고 52%가 외식 횟수를 줄였으며 전체적으로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는 사람이 63%나 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지난 해보다 18%가 늘어난 것이라고 하니 미국인들의 생활은 날이 갈수록 쪼들리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와같은 소비 위축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자동차 개스 비용의 부담이 커지자 운전자들이 소형 자동차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또 자동차 운전이 줄어들어 교통이 복잡한 맨하탄에 들어오는 자동차가 훨씬 줄어들었다. 그 대신 대중교통수단인 서브웨이 승객이 크게 늘어났다. 월마트나 코스코, BJ와 같은 할인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반면 일반 가게에는 손님이 줄었다. 그래서 소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인들이 이렇게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도 평균 가구당 부채는 11만8,000달러라고 한다. 이 가운데 모기지 부채가 8만5,000달러 정도이고 나머지 3만달러 이상이 소비로 인한 부채이므로 미국인들은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 부채액은 지난 2000년에 비해 22%가 늘어난 액수라고 한다.
그러면 왜 이렇게 부채가 늘어나는가. 간단히 말해서 수지관계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자영업의 경우 상품의 원가와 렌트, 인건비와 심지어 전기료와 수도료 등까지 계속 오르고 있는데 비해 상품의 판매가격을 그만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수익 감소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기업의 수익이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봉급인상은 커녕 직장을 잃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인플레로 인해 생활비가 증가하고 있으니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같은 소비 절약은 기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기업의 위축은 근로자들의 소득을 더욱 줄여 소비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들의 경제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85%가 경제상태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특히 흑인은 96%, 히스패닉은 88%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일수록 경제 부진에 따른 피해를 많이 받고 있으며 고통을 크게 겪고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이처럼 어려운 상태이니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의 경제생활이 좋을 리가 없다. 한인들은 대체로 서민층에 속하며 서민층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부진에 따른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개스값, 쌀값 등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한인들의 수입은 늘지 않으니 생활이 갈수록 쪼들리는 전형적인 미국 서민층의 고통을 한인들도 겪고 있다.

이렇게 되니 한인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가 타격이 크다. 한인식당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경기가 나빠지니 몇몇 식당을 빼고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음식을 만드는 쌀 등 모든 재료값이 두배 이상으로 급등했고 그밖의 각종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그렇다고 손님이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음식값을 계속 올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손님은 줄고 원가는 오르는 이중고로 식당업의 수익이 떨어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소가 많다.

이런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주가가 떨어져서 금전적 손해를 보거나 주식에 투자한 연금이 줄어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투자에서 손해를 본 사람,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든 부동산 중개업자 등 경제적 피해는 한인경제 전반에 번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호황으로 돌아서기 전에는 한인경제가 되살아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 경제는 언제쯤 부진상태에서 벗어나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은 곧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경제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었다가 회복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앞으로 지금보다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호황은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세계의 경제 주도권이 미국을 떠나 중국과 같은 신흥개발국으로 넘어가면서 미국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미국 경제에서는 호황이 된다해도 그 혜택이 부유층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인경제가 살아나려면 이 경제부진을 참고 호황이 오기를 기다려서만은 되지 않는다. 미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업종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참으로 막막한 일인 것 같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경제부진을 절망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불황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듯이 한인들은 이 경제위기 속에서 더욱 근검절약하고 머리를 짜내서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을 키워 미래의 꿈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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