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무더위를 이기는 지혜

2008-07-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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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날씨가 푹푹 찐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그야말로 찜통더위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다 기온이 화씨 100도에 육박하고 습도까지 높으니 조금만 일이 생겨도 짜증스럽기만 하다. 툭하면 고운 말이 안 나오고 때로는 고성이 오가는 등 하는 일들이 요사이 미국 전역에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한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 심리학 폴 스펙터 교수에 의하면 거의 절반의 미국인들이 보통 집에서나 표출하던 분노나 참지 못하는 감정들을 직장에서까지 표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으며, 미국내 노동인구 1억 명의 약 3%에 해당하는 300만 명이 가정을 떠나 일터에서도 스트레스를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실제로 요즈음의 생활은 가뜩이나 안팎으로 신경쓰고 책임져야 할 문제가 많은데 날씨까지 무더우니 조금만 누가 뭐래도 터질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런 때 마음을 잘 다스리지 않고 공연히 화라도 내면 자기 자신만 손해를 보게 된다.


베트남 출신의 고승 틱낙한 스님은 그의 저서 ‘화’에서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며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고 하였다. 누구나 살다 보면 화나는 일들을 자주 겪게 마련이다. 이럴 때 사사건건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폭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경우는 화를 잘 다스리고 감정을 잘 극복해 모든 면에서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있다. 요즈음과 같은 무더위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를 잘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겠다. 여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살찌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은 모든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것 투성이고, 그 오르는 물가를 서민들이 도통 따라잡기가 어려워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나 절박하다. 한국의 사정은 기대했던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광우병 파
동에 이어 일본의 독도 문제,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등 하루가 멀게 한심하고 답답한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있고 무엇보다 국내 경제가 미국의 경기 불황과 맞물려 너무나 어렵다.

그렇다고 정치는 잘 하나?
그렇다고 아무리 흥분한들 무엇이 해결되는가! 소리를 내고 시끄럽게 떠들고 하면 어느 정도는 문제가 각인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너무 뜨겁거나 지나치면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부족함만 못할 수가 있다. 아무리 애국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라도 지나치게 감정적인 행동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냉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다면 무엇이 걱정인가? 정말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들이 닥쳐도 언제든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여
유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나 한발 뒤로 물러나 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나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방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감정의 동물이라 쉽게 머리까지 뜨거워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너무 뜨거우면 무엇이든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다. 아무리 뜨겁게 닳아 오르는 일이 있어도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곤란하다. 특히 요사이와 같이 이런 저런 이유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에는 중용의 미덕, 절제의 미덕을 익혀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알고 보면 머리가 얼마나 뜨거우냐, 차가우냐? 중용과 절제의 미덕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18세기 대표적인 미국의 정치가 벤자민 플랭클린은 자신의 인생에서 ‘극단을 피한’ ‘사소한
일에 화를 내지 않는다’는 중용과 평정의 미덕을 중요한 좌우명으로 삼았다. 유교에서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 텔레스도 ‘사람이 아니면 참지 않고, 참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옛 사람들의 가르침을 본받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분함과 어려움 등을 스스로 참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감정을 절제할 수 있는 ‘중용의 덕’을 강조함이다. 그의 지론은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 즉 행복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천과 노력으로 덕을 쌓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위를 이기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식섭취나 운동, 요가 등의 명상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더 우선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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