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블리스 오블리제

2008-07-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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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ilige)’는 신분에 걸맞는 사회적, 도덕상의 의무를 말한다.부자가 3대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옛말이 있지만 경주의 최부자 집안은 무려 300년(12대) 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해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이번 한국의 삼성기업 이건희 전 회장의 탈세 및 세습혐의 재판 결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000억원선고 소식을 접하면서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해 오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최부자 집안의 6가지 행동지침을 떠올리게 된다.이건희 회장도 이 최부자 집안이 지켜온 행동지침을 일찌기 익혔다면 오늘과 같은 결과는 맞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부자 집안의 6가지 행동지침은(1)과거(科擧)를 보되 진사(進士) 이상은 하지 마라. 과거를 보라는 것은 학문을 가까이 하여 지적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고, 진사 이상 하지 말라는 것은 권세는 멀리 하라는 뜻이다.(2)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이 지침을 지키기 위해 다른 부자들은 소작료로 7할(割)을 받았지만 최부자는 4할로 낮추어 부의 혜택이 자연스럽게 남들에게 돌아가게 하였다.(3)과객을 후하게 대접하여라. 손님을 후하게 대접함으로 덕을 쌓고 인심을 얻어라.(4)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라. 남의 불행을 치부의 기회로 삼지 말고 정의로운 경제활동을
하라.(5)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지 말고 이웃과 나누어라.(6)최씨 가문의 며느리들은 시집 와 3년간은 무명옷만 입어라.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강조한 것이다.

300년을 이어온 최부자 집은 1884년에 태어난 ‘최 준’의 대에 와서 막을 내리지만 그는 상해 임시정부에 계속해 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였고 오늘의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와 청구대를 설립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세력가나 재력가나 서민에 이르기까지 빈 손으로 태어나 현재를 누리고 있음을 감사하면서 그 누군가의 것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정직한 청지기로 살아가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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