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일관계의 암초, 독도문제

2008-07-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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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고문)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한국의 역사 드라마 ‘대조영’에서 발해 건국의 걸림돌이었던 거란족은 당시 중국 동북방의 강대민족이었다. 지금의 흑룡강성 북부인 요하 상류를 본거지로 했던 거란족은 당나라 말기에 여러 부족을 통일하여 요나라를 세웠는데 그 세력이 만주는 물론이고 화북지방과 몽골을 거쳐 신장까지 뻗쳤다. 대조영이 세운 발해도 건국 220여년만에 이 거란에 멸망당하고 말았다.

고려시대에는 거란의 침입으로 우리 민족이 큰 고통을 겪었다. 고려 성종 때 소손녕의 80만 대군이 침범하여 위기에 놓였을 때 유명한 서희의 외교로 물리쳤다. 그 후 40만 거란군의 2차 침입으로 개경이 점령당했는데 고려 국왕이 내조할 것을 약속하여 물러갔다. 그러나 고려가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배압의 10만 거란군이 3차 침입을 했다. 이 때 강감찬 장군이 귀주 대첩으로 대승했다. 그러나 고려는 결국 거란의 연호를 쓰고 국교를 회복했다.


이처럼 강성했던 거란족이 역사에서 사라지고 거란이란 나라가 없어지게 된 것은 거란족이 곳곳으로 흩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몽골의 징기스칸이 세계 정복에 나섰을 때 거란족이 선봉부대가 되어 각지로 파병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 결과 일부 거란족 후예들은 중국 동북부의 내몽고지방에 살고 있고 일부는 중국 최남단의 운남성에 살고 있다.거란족의 예에서 보듯이 한 민족이 명맥을 이어가면서 번성하는데는 영토가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요건이다. 흔히 국가의 3대 요소로 국토, 국민, 주권을 드는데 그 가운데 국토가 있으면 다른 2가지가 따라오게 된다.

땅이 있으면 그 땅에 사는 사람이 있고 주권이 생기게 된다. 중동의
위기는 이스라엘과 아랍간 땅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서 시작됐다. 아메리칸 인디안은 그들이 살던 땅을 빼앗겼기 때문에 거란족처럼 풍비박산이 났다. 우리가 미국에서 한인사회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지역을 기초로 한 한인생활권이 와해될 때는 한인사회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국가의 기초가 되는 국토나 한인사회의 터전이 되는 지역 커뮤니티는 잃기는 쉬워도 회복하기는 무척 어렵다. 우리 역사에서 발해의 멸망으로 대동강 이남으로 줄어든 활동영역이 두만강과 압록강까지 확장되는데는 거의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그러므로 국토는 한 치도 빼앗기지 않도록 굳게 지켜야 한다.

지금 한국과 일본이 독도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국토문제이기 때문이다. 독도는 동해상의 작은 섬에 불과하지만 독도 영유권에 따라 인근해역의 국경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일 어느 쪽에나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결코 독도를 잃을 수 없듯이 일본도 독도를 갖고 싶어하기에 독도 분쟁은 해결점이 없다.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한국의 영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 현실적으로도 한국의 지배관리 아래에 있다. 그런데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면서 자라나는 어린 세
대에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기적으로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방해하면서 이 분쟁을 장기화하여 후세에 자기네 땅으로 만들려는 속셈일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가까운 이웃나라이며 경제대국이므로 오늘날과 같은 국제시대에 서로 친선교류를 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기에는 한일관계사가 그렇게 편안하지 않다. 우리는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부단하게 왜구의 침탈을 당해오다가 결국 나라를 통째로 빼앗겼다. 일제의 식민 지배는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패망 후 지금까지 일본은 과거의 과오조차 반성하지 않고 있다. 과거사에 비추어 볼 때 한국과 일본 사이에 총부리를 겨누는 사태가 영원히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금 독도분쟁에 결코 허술히 대처해서는 안된다. 국내외에서 일본을 규탄하는 시위가 맹렬히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시위는 한국민의 일치 단결된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매우 필요하다. 독도를 지키는데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 마땅히 초당적이고 거족적인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시위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고 이 사실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하고 외교적 노력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위해 군사, 과학시설 뿐 아니라 실제 거주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력의 강화이다. 냉정한 국제관계에서 국력이 약화되면 어떤 정당성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독도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우리의 협력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경쟁자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여 경제, 외교, 국방에서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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