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 뒤통수 맞은 MB의 실용외교

2008-07-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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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지금 이명박 정부는 글자 그대로 사면초가다.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게 없고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우군은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답답하다.쇠고기 파동이 조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려고 했으나 느닷없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터지더니 연이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는 지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현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가 너무나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사실 실용주의 외교란 어느 일방만 이득(?)을 보는, 그리하여 한쪽은 불이익을 당하는 그런 외교가 아니라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외교이다. 소위 말하는 윈윈주의 외교인 것이다. 그런데도 한 번 닫힌 북한의 철문은 열릴 줄 모르고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선진우호 협력은 허공의 메아리가 되었다.
MB의 너무나 강력한 실용주의 외교에 입각한 친미정책은 미친 소 한마리 때문에 졸지에 반미(?)로 변하고 말았고 북한 역시 미국으로부터 중유와 쌀을, 중국으로부터는 비료를, 그리고 금강산 관광(현대)으로부터는 매달 적어도 120만달러(약 12억원)씩 들어오는 고정 수입원이 있으니 우리가 주겠다는 옥수수도 마다할 만큼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


이것이 북한의 실체요, 실용외교의 결과이건만 우리의 대통령은 국회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제
의했다. 그것도 우리의 금강산 관광객이 북의 총격으로 사망한 그 날에.
여당은 대통령의 대화 제의도 부족했던지 홍준표 원내대표는 14일 남북정치회담을 또 제의했다. 정부여당은 이렇듯 저자세(?)로 대화를 구걸(?)해서 무엇을 어떻게 얼만큼이나 실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본과는 어떤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선린관계를 유지하자고 합의했고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7월 초 교토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정부에 해설서 문제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 G8 정상회담시 후쿠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독도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일본 총리도 “한국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 후 일주일도 안돼 일본은 부메랑을 날렸다.

지난 5월 교과서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명기 방침이 오도됐을 때만 해도 “설마했었으나 일본은 철저한 면전복배를 했다. 이는 물론 전적으로 실용주의 정책의 결과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지나친 우호증진만을 강조하다 보니 항상 뒤통수를 맞곤 한다. 그러나 어쩌랴. 복배지수(覆盃之水)인 것을. 이에 대해 우리는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되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자칫 우리의 과잉반응은 저들의 관심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에 분쟁 인상을 주어서는 우리에게 이로울 게 없다. 자칫하면 저들의 술수에 넘어갈 수도 있다. 요미우리 신문의 허무맹랑한 언론 플레이만 봐도 알 것 아닌가!

국민은 정부의 ‘독도 점유 전략’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독도는 우리 땅’(정광태) 노래를 응원가나 행진곡으로 활용하고 독도 관광객(탐방객)을 늘려 국민들로 하여금 독도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한편으로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을지도 모를 독도에 관한 고서와 고문서, 고지도 등을 발굴하여 독도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의 영토임을 주장하고 이번에 김장훈씨의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독도관련 광고처럼 세계 유수지에 광고 게재도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한 방편일 수도 있겠다.

일괄된 정책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임기응변도 필요할 때가 있다. 또한 조삼모사는 나쁘지만 일본처럼 조령모개도 적당히 사용함을 아는 정책이 실용주의 고집보다 득이 될 때가 있음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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