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정부는 북한과 수교할 것인가

2008-07-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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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정치학박사/커네티컷주립대 명예교수)

부시대통령은 지난 6월 26일 새벽 7시에 백악관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DPRK)을 테러국가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과의 교역금지 법안을 해제하는 것을 미국 의회에 상정해 의결하도록 한다고 선언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교역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니 58년만에 해제되는 것이다. 45일이 지나면 의회를 통과하고 북한은 미국과 정상적인 교역관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왜 새벽 7시, 기자들 몇 명만 참석한 백악관 정원에서 이와같은 중요한 안건을 발표했을까 의문이 생기게 되었다. 부시정부가 출범한지 1년도 안되어 9.11 테러사태로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뉴욕의 무역센터의 쌍둥이 건물이 무너졌을 때 부시는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3개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낙인을 찍고 정권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라크전쟁을 시작했다.


이라크전쟁은 무모한 짓을 한 것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받고 전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정부는 타도되었으나 핵무기는 5년이 지난 오늘,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미군의 전사자만 6,000여명에 달하고 부상자도 만여명이 넘었다. 전쟁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부풀어지고 한달에 수 십억달러가 들어갔으며 미국의 경제는 이라크 전쟁 때문에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 부시정부의 이라크 전쟁 실패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오바마 상원의원이 당선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부시정부는 8년 임기동안 실패한 정책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3개 악의 축의 하나인 북한과 수교하고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면 부시는 노벨평화상 후보도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밋빛 희망은 쉽게 이루어질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부시정부가 이루어낸 업적이라고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의 파탄이 생겼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공황은 불가피하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리고 부시대통령은 미국의 극단주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으로부터 제 43대 부시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실패한 대통령은 대부분 부시와 같이 극단주의적 성격을 국가 정책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포용의 정책이 부족하고 편파적인 정책을 세우고 밀고 나갔기 때문이다.경제정책은 빈곤층과 부유층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중산층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은 가난한 사람은 더 빈곤해지고 부자사람들은 더 부유해진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부의 차이는 양극화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성공한 대통령은 대부분 중도 실용주의 정책을 세우고 극소수 재벌의 이익보다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정책을 선택한 대통령이다.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자유주의 정책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차츰 우향우로 중도실용주의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우선 부시정부에서 추진한 ‘신앙에 기반을 둔 사회사업 지원정책’은 국가 보조금을 종교적 자선사업을 보조한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적인 신앙에 기초한 사회사업을 보조하는 정책을 폐기처분하기 보다는 수정 보완해서 좀 더 넓게 포용하는 정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복음주의 교회와 목회자만 정부의 재정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부시정부의 정책을 바꾸어서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진보적인 목사와 다른 종교의 사회사업도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모든
종교의 신자도 참여시키는 실용주의 사회사업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의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도 편파적인 복음주의 기독교 신도만 혜택을 줄 뿐만 아니라 천주교와 다른 교파의 기독교인은 물론 불교도 포용하는 실용주의적 종교정책을 수용하지 않으면 지지도는 점점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이대통령은 선거 당시 50%의 지지도를 올렸는데 왜 20%대 지지도로 폭락되었는지 한 번 분석해 보고 어떻게 하면 50%대의 지지도로 회복할 수 있겠는지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어느 나라 대통령을 막론하고 대통령은 그 나라 국민의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이다. 때문에 극소수의 복음주의 기독교도만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된다면 부시대통령 같이 추락하고 그의 말로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대통령은 부시와는 매우 가깝게 지내고 닮아가려고 애쓰지만 편파적이고 배타적인 부시의 정치 스타일은 닮지 말고 좀더 포용적이고 대다수를 포용하는 정책을 선택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한국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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