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남 패망의 교훈

2008-07-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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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우리나라 가톨릭에서는 정의구현 사제단이 독자 세력화 되었고, 기독교 개신교는 뉴라이트 보수단체와 개신교 보수단체로 갈렸다. 일반 사회단체는 촛불시위 지지 단체와 그 반대 단체로 갈라져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또 불교는 기독교에 더 날카로운 대립 각을 세워 조직을 정비 내지는 강화하는 것 같고 한편에선 김정일 북한정권을 무조건 돕자는 집단과 그 반대 보수세력으로 양분돼 있다. 온 나라 전체가 갈기 갈기 찢겨져 있는 형상이다.


월남이 호지명 공산군에 밀려 패망하기 직전에 여야 정당들보다 가톨릭과 불교의 대립과 싸움이 더 치열했었다.월남 대통령이 어느 장관을 임명하면 가톨릭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친불교 인사라고 비난을 퍼부으며 그 임명을 거부 및 인정하지 않았고 불교에서는 그 임명자가 사실은 친가톨릭 인사라고 비난하며 그 임명을 거부 내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었다.

불교와 가톨릭이 정당에 한 발 앞서 국정을 뒤흔들었으니까 여야 정당은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사이공이 공산군에 함락되고 월남이 패망하자 그 불교 중들은 불란서로 망명을 떠나 지금까지 꿀 먹은 벙어리 행세이고 월맹군(공산당)이 사이공으로 진주할 때 가톨릭 신부들은 다른 나라인 것처럼 모르는체 침묵으로 일관하며 오늘까지 이른다. 결국 그 당시 월남 불교와 가톨릭은 국익보다 그들 종교단체의 이익을 우선하여 싸우다 황새와 조개 싸움이 되었다.

예수는 기독교를 통한 사회개혁운동을 시작했지만 현실정치에는 일체 간여하지 않았다. 석가도 자기 자신의 정진 수행을 통한 해탈에만 몰두했지 그 당시 정치문제에는 초연했었다. 그런데 요즘 종교는 각기 종교보다는 정치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국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팔만대장경을 만들던 고려시대의 불교정신이 무척 아쉽다.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종교가 국가에 개입하여 국정이 혼란해지고 드디어는 나라가 쇠망하는것을 봤다.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역사를 되풀이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런데 그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는 종교인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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