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과 캠프

2008-07-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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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 그리스도의 교회 목사)

캠프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 campos에서 유래된 것으로 군대에서 ‘진을 치다’라는 뜻의 동사와 군대 진영이라는 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기로는 산악인들이 정상 등반을 위해 주요 장비와 식량 등 일정한 고도와 장소에 텐트를 치고 응급 구호진 및 통신 등 구난과 외부 연락을 위해 설치한 장소 및 장비가 바로 베이스 캠프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용어로 사용되기도 하며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도 2인 이상이 어떤 목적을 위해 구성된 조직의 주 근거지가 바로 캠프라 할 수 있다. 캠프를 국어사전은 휴양이나 훈련 따위를 위하여 야외에서 천막을 치고 일시적으로 하는 생활, 또는 그런 생활을 하는 곳으로 나타내고 있다.


부모들은 텐트와 두툼한 담요, 그리고 식기류 몇 점을 가지고 나름대로 캠프의 추억을 가지고 있고 자녀들은 침낭과 베개를 가지고 이곳 저곳에서 캠프를 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가족이 함께 캠프를 해야 할 때이다. 부모끼리 자녀끼리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캠프가 있어야 한다.자녀가 어렸을 때는 다 해 보았다고 그만 둘 일이 아니다. 가족은 변함없이 존재하고 함께 어우러지고 나누어야 할 사랑이 있기 때문에 캠프는 계속되어야 한다. 특별히 이민사회에서 가족의 모임은 아주 적다. 일주일에 한 번 함께 가는 교회에서도 따로 따로이다. 집에서 출퇴근시간이 각기 다르다. 함께 모여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기회가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결심을 해야 한다.

캠프를 향해 떠나자. 가족이 이렇게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하나가 되어가길 시작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언제 갈 것인가? 어떤 내용으로 지낼 것인가? 이야기하면서 출발하게 되고 자연을통해 얻는 풍성함과 위대함 속에서 새로움을 갖게 된다.우리들의 민족은 특별히 가족의 놀이에 익숙하지 않다. 건전하게 놀면 윷놀이이고 그렇지 않으면 화투놀이이다. 다른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일이 적다. 특별히 전자와 인터넷 시대에 홀로 노는 버릇이 있는 자녀들에게 가족의 놀이는 전혀 서툰 모습이다.

올 여름에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 흔한 여행 스케줄에 매여 줄줄 따라다니며 사진 찍는 일이 아닌 가족만의 시간과 여유와 낭만을 회복해야 한다.
비공식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의 리더십과 사랑을 나누고 단순한 생활을 통하여 가까움을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중요한 교육 자료들을 하나 하나 배워가면서 크게 심호흡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시간이 없고 특별히 준비된 돈이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집 마당이나 옥상에라도 텐트를 쳐라. 그리고 안방이면 어떠랴? 분위기에 사는 우리들이 아닌가?

좁은 공간 속에서 부모와 다 큰 자녀가 함께 잠을 자 보는 것도 캠프라는 핑계를 통하여 가능하다. 아빠가 해주는 밥과 자녀가 만든 반찬은 오히려 맛보다는 멋을 가르쳐 주는 또 하나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캠프라는 이름으로 TV나 인터넷을 며칠만이라도 보지 않고 사용한다면 시간이 많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가족은 함께 할 때 힘을 얻게 된다. 함께 하면 이야기를 하게 되고, 어렵고 힘든 일을 보면 돕고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가 가족에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새롭게 발견하게 되며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바쁜 생활이지만 나의 자녀들을 남에게 맡김으로 의무를 다 했다 생각지 말고 어설프고 익숙하지 않지만 보따리를 챙겨 넓은 자연을 향해 손 잡고 나가보는 것이 평생의 추억으로 가족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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