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2008-07-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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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혼·영·몸·마음·정신. 한자로 풀어보면 혼(魂), 영(靈), 몸(身·신), 마음(心), 정신(精神)이다. 영어로 풀어보면 혼은 soul(넋)·spirit(정신)·ghost(혼령), 영은 divine spirit(신령)·spirit(정신)·soul(넋), 몸은 body·fresh(육), 마음은 mind·spirit·heart·feeling, 정신은 mind·spirit·soul·will·intention·mentality·motive·genius(정신·재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좀 복잡하다. 몸은 그런대로 이해하기 쉽다. 몸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체(體) 혹은 육(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 영, 마음, 정신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한자어로는 다른 문자를 쓰고 있지만 영문 표기는 그것이 그것 같고 거의 비슷비슷하다. 각 단어 의미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문자가 있다. ‘spirit’이다. ‘soul’은 ‘마음’엔 들어가 있지 않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몸은, “몸이다”라고 간단히 정의 내릴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니 간단히 말할 수 있다. 밖으로 보이는 몸은 머리, 팔, 다리, 배, 등, 가슴, 눈, 귀, 코, 입, 목, 허리, 손, 손가락, 발, 발가락, 무릎, 궁둥이, 생식기 등등이 있다. 사람 모두 똑 같이 있는 부분들이다. 몸통을 중심으로 많은 부분들이 대칭을 이루어 두 개씩 나뉘어 있음을 본다. 간단하게만 보이는 몸인 것 같지만 이 몸도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것들이 있다. 시신을 해부하거나 환자를 수술하여 보면 보이지만, 밖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다. 보이지 않는 몸 안에는 뇌를 비롯해 심장, 허파, 간, 쓸개, 췌장, 대장, 막장, 핏줄, 신경, 뼈, 뼈마디, 근육, 심줄 등이 있다. 남자는 고환이 있고 여자에게는 자궁, 난소 등이 따로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 눈에 보이는 것은 간단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복잡하다. 보이는 것은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쉽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그렇지가 못하다. 간단한 것 같은 사람의 몸이라 해도 몸 안에 있는 구조의 복잡성은 현미경으로 보아도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복잡한 것 같아도 아주 정교하게 서로 교류하고 있는 몸속의 화합과 융화를 본다.
몸은 그렇다 치자. 도대체 혼과 영과 마음과 정신이란 무엇인가. 또 어떤 관계를 갖고 있나. 혼과 영은 어디에 있는가. 마음과 정신은 또 어디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가. 마음은 가슴, 즉 심장에 있는가. 혼과 영과 정신은 뇌에 들어 있는가. 모두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개념들이다.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있긴 있는데 “딱, 이거다”고 보여줄 수는 없다.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몸과 영 혹은 마음을 역으로 돌이켜 들어가 보면 하나의 세포, 즉 하나의 염색체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남(男)과 여(女)가 서로 사랑을 하고 합궁하여 착상시켜 결합된 염색체 하나이다. 염색체 하나, 한 점. 생명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전자현미경으로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염색체 안에 모든 정보가 기억돼 있다.기억된 정보 안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수천 억 개의 청사진이 들어 있다. 여인의 자궁 속에서 9개월여를 있는 동안 한 몸은 청사진대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아기가 “응아”하고 울며 세상 밖으로 나온다. 역으로 생각 할 때 사람의 혼과 영과 마음과 정신도 몸이 구성될 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것마저도 청사진(blue print)되어 염색체 안에 함께 있었던 것일까.

세상엔 보이는 존재보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더 많다.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더 크다. 사람의 몸은 보이는 존재지만 혼과 영과 마음과 정신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세계에 있다. 몸 안의 구성은 역할대로 작동하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정신과 마음이다. 정신이 흐리고 마음이 평온하지 못하면 몸은 갈 바를 몰라 헤매는 키를 놓아버린 배와 같아진다. 혼과, 영과, 몸과, 마음과, 정신을 다하여 사랑을 한다면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그리고 결과는 어떨까. 사람을 이처럼 사랑할 수도 있다. 사업을 그처럼 사랑할 수도 있다. 어떤 사업가는 말한다. “사업을 하되 혼을 다 바쳐 한다”고. 그는 한인으로는 보기 드문 재력가다. 수천만 달러가 아닌 수억 달러의 재력을 그는 갖고 있다.

사랑을 하던 사업을 하던, 혼·영·몸·마음·정신을 다 바쳐 한다면 무엇이든 미칠 것이다. 정성이다. “미치기(다가가기) 위해 미치는 것”이다. 죽기를 다하여 하는데 성취되지 않을 리 없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둘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육안(肉眼)과 영안(靈眼) 혹은 마음의 눈(心眼)등 어떤 눈으로 보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천사의 마음에는 천사가 보이고 돼지의 마음에는 돼지가 보일 것이다. 지구는 살아 있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세계를 움직이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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