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단체 문화활동으로 되찾은 감성

2008-07-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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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1부 차장)

단체문화 활동을 통해 잃어버린 삶의 단편을 찾아나서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 7일 뉴욕예술가곡연구회가 주도한 아메리칸 발레단의 ‘지젤’ 단체관람에는 무려 323명의 한인들이 참석, 대성황을 이뤘다. 단체관람으로 입장료 할인을 받은 덕(?)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맨 꼭대기 층에 앉기는 했지만 공연을 즐기는 한인들의 표정은 만족함 그 자체였다. 특히 꼭대기 층 대부분의 좌석이 한인들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연출, 이날 공연장을 찾은 미국인들에게 문화를 사랑하는, 문화를 향유하는 한인의 이미지를 심었다.

뉴욕예술가곡연구회가 주도한 단체문화 활동은 지난 2006년 6월 아메리칸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단체관람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 단체관람이었지만 당시 130명이 넘는 한인들이 참석, 이민사회 한인들의 문화적 욕구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줬다. 같은 해 12월 이어진 ‘비엔나 소년합창단’ 공연에도 120여명이 참석, 세계적 수준의 앙상블을 감상하며 이민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 또한 지난 2007년 실시된 아메리칸 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단체관람에는 165명의 한인들이 참석, 2년 만에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예술가곡연구회가 주도하는 단체문화 활동에 참여한 한인들은 대부분 잊고 살았던 삶의 단편과 즐거움을 찾았다며 차기 단체관람에도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 밝힌다. 7일 ‘지젤’ 공연을 감상한 한 한인은 “슬픈 우리내 사랑에 대해 가슴깊이 공감한 시간 이었다”며 “공연 내내 메말랐던 감성이 되살아나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 단체관람을 계기로 공연과 전시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벌써부터 다음번 단체관람이 기다려 진다”고 말했다.

3년 째 단체문화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뉴욕예술가곡연구회 서병선 회장은 “현대사회에서 쉽게 발견되는 각종 질병과 정신적 질환들은 대부분 문화생활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문화 활동을 통해 피폐해진 마음과 정신이 정화되고 발전된다. 건강한 정신문화를 추구하는 문화 활동만이 이 세상에 진정한 평화를 줄 수 있는 초석이 된다”며 “단체 문화 활동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 한다”고 밝혔다.
이민생활의 바쁘고 지루한 일상을 단체문화 활동으로 끊어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는 한인들이 보다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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