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2008-07-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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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신학박사/부르크린 제일교회 목사)

카네기멜론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던 랜디 포시(Randy Pausch)는 췌장암에 걸려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작년 9월 18일 그는 본교에서 마지막 강의를 하였다. 약 400여명의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 앞에서 열린 마지막 강의에서 그는 암이나 가족이나 영성이나 종교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전제를 하고, 그가 어릴 때에 가졌던 꿈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코믹하게 강의했다.

그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푸시 업을 몇 번 해보여서 청중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불과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남은 인생을 의미있게 보내려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그의 마지막 강의 동영상 사이트에는 천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그는 유명해졌다. 그의 마지막 강의는 thelastlecture.com 에 올라가 있다. 그의 ‘마지막 강의’는 금년 4월에 책으로 출간되자 곧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는 책에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가족과 좀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의사가 어떤 수술을 하든, 어떤 약을 처방하든 간에 달게 받고 좀 더 오래 살고싶다고 했다. 그는 이제 47세의 나이인데 결혼을 늦게 해서 6세, 3세, 18개월짜리 아이가 있다고 한다. 그는 샤워 중에 자주 운다고 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아버지 없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너무나 불쌍해서 눈물을 흘린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이다. 그는 단 5분의 시간이 아까워서 마켓 계산대에서 잘못 계산된 차액의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왔다고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정말 귀중한 것은 단 1분 1초라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은 시간들이라고 그는 밝힌다.그는 의사의 예측보다 오래 살아서 금년 5월 18일에는 카네기멜론대학교 졸업식에 초청을 받고 약 6분간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그의 연설 동영상이 youtub 에 실려있음) 그는 졸업생들에게 의미있는 2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 마지막 순간이 되면 (잘했던 못했던)한 것 때문에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후회가 된다면 하지 못한 것 때문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뭔가를 이루는 자가 되라는 취지의 연설이었다.

둘째는 삶에 대한 패션(passiona:열정)을 갖고 살라는 것이다. 물질이나 돈이나 상(award)과 같은 것에는 패션을 둘 가치가 없다. 참된 사랑인 패션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두라고 했다. 자신이 바로 39세의 나이에 늦게 결혼한 것도 바로 나의 행복보다 아내의 행복에 더 신경을 썼기 때문이었다고... 그러면서 연설 후 그는 아내와 깊은 포옹과 키스를 하였고 청중들의 큰 갈채를 받았다.

죽음을 앞둔 랜디 포시가 보여준 중요한 삶의 교훈은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기라는 것이고, 또 어려서부터 꿈을 갖고 뭔가를 성취하는 삶을 살라는 교훈이다. 이 두가지는 랜디 포시 자신이 이룬 비전이기도 하다. 최근 뉴저지 한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죽인 잔인한 아빠의 비정함과 서부에서 부인과 자식을 죽이고 불을 지른 어느 한인 가장의 극악무도함을 생각할 때에 죽음을 앞에 둔 랜디 포시가 남긴 말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교훈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반드시 선악간에 심판이 따르기 때문이다.(고후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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