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광우병 난동, 그 실체는?

2008-07-11 (금)
크게 작게
방준재(내과전문의)

내과의사로서 요즘 한국에서 광우병 난리가 일어나기 전에는 (인간)광우병이나 소의 광우병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알아야 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궁금해서 좀 오래된 내과 교과서를 들춰봤더니 2,208페이지의 묵직한 책 중 광우병에 대해서는 딱 1페이지 분량을 기술해 놓았다. 병의 발생 원인이나 잠복기, 진단 방법 등에 밑줄 친 걸 보니 전문의 시험 볼 때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까맣게 모르고 살아왔다. 없는 질환(적어도 여기
는)이니 알 필요조차도 없었다. 그렇다면 있지도 않은 (인간)광우병(여태 미국에는)으로 세상을 저들은 왜 발칵 뒤집어 놓는가. 그것이 의문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방문 직전 발표한 미국 쇠고기 수입 허락 공고(公告)로 가뜩이나 반미(反美) 정서가 팽배한 저들에게 아주 좋은 미끼를 던져주었다. 그것은 2001년 대선 당시 군 훈련중 일어났던 장갑차 사건과 그 후 일련의 반미 노선의 저들의 행동과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본다.사고로 죽은 두 어린 여학생의 생명은 어느 것과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그 후에 일어났던 촛불시위는 두 여학생의 죽음을 모독하는 반미적 정치, 사회, 이념적 노선을 밟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엄밀히 따지면 군(軍) 안전사고였기 때문이다.

군중을 선도하고 또 그 선동에 넘어간 결과는 일종의 정권 연장으로 끝났다. 정책을 고스란히 이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북한정책에서는 더욱 두드러졌다.당시 어느 신문은 대선 후보들의 이념 성향을 분석했다. 극좌(極左)로 분류되었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것이다.그는 온갖 말을 쏟아냈다. 일반인들도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을 공개석상에서 마구 내뱉었다.
‘별놈’이니 ‘깽판’이라느니 ‘반미 좀 하면 어떠냐’고 하지 않나, ‘모택동을 숭배하고 공산당이 허락되는 사회’ 운운하기에까지 이르렀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안다.

결과는 어떻게 끝났는가? 숱한 ‘돌아이’들을 양산하고 ‘형편 없는 정치인들에 의한 형편 없는 무능한 정권’으로 끝나지 않았던가?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못하고 아이들에게나, 사회 전체에 혐오감만 팽배한 국어교육의 파괴 정권으로 나는 결론짓고 있다.과거 10년 동안의 정부 행정이 빚어놓은 결과는 이념분쟁을 극대화하고 내 편, 네 편으로 쩍 갈라놓았다. 거기서 나온 것이 ‘이념이 뭐꼬?’하는 ‘실용주의’가 표방된 것이 아닌가 혼자 생각하고 있다.

소위 ‘집 토끼’는 그저 집에 있으니 ‘산토끼’도 잡겠다고 무색 무취의 노선을 택했다가 두 마리 다 놓친 결과가 현 한국의 광우병 난동이라 보고 있다.‘산토끼’는 더욱 거만해지고 난폭해지는데 ‘집토끼’는 꿈쩍도 않으니 무언무행(無言無幸)이 최상의 선택인 듯 가만 있기만 하고 있다. 세계가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치솟은 유가(油價)에 공해식품에다 자연재해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먹고 죽은 사람은 없는데 더 많은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다 죽을 인구만 늘어날 지경이다.

제발 우리 이성(理性)을 찾자. 있는 것은 있다고, 없는 것은 없다고, 옳은 것은 옳다고 그릇된 것은 그르다고 서로 주장하면서도 난동을 부리고 남도 못살게 하는 공격만큼은 자제하자.다 같이 잘 살고, 평화 속에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닌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