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망이 진 자리에

2008-07-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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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 (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성공한 여자의 미덕 속에는 행복한 가정을 지켜내는 아름다운 여성상이 포함되어야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전통적인 가치가 되는 현모양처 상은 남성이 사회적 성공 위에 훌륭한 가정생활을 손꼽는 이유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남녀를 불문하고 남성과 여성은 훌륭한 가정 경영을 사회활동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힐러리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클린턴과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수많은 스캔들로부터 그를 지켜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탄핵의 지경까지 이른 클린턴의 전국민적 추문을 의연하게 대처하여 재선시킨 그녀는 한때 클린턴을 능가하는 대통령의 자격과 능력을 갖추었다고 칭송받았다. 힐러리는 외관만 그럴듯 하지 세상 누구도 그녀에게 한 남자에게 사랑받는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는다.힐러리와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애리조나 주립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힐러리의 알려지지
않은 남성편력의 예를 들며 그들 부부는 애정과 신뢰를 포기한 채 정치적 야망으로 뭉쳐진 공허하고 계산된 불행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힐러리는 과연 정치적으로 뛰어난 지도자인가? 클린턴이 오히려 힐러리의 대선전략에 장애물이 되었다고 이혼을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거과정에서 일종의 플러스 요인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스캔들로 얼룩진 사생활과 정치적 실언들이 힐러리 패배의 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힐러리가 클린턴의 후광이나 가정생활을 포장하면서까지 대권 탈환의 야망을 키웠다면 그녀는 환경을 극복할 만큼 역사적으로 뛰어난 지도자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의 최대치를 활용하여 야망을 펼치려던 힐러리가 여성 정치사에서 쓸쓸히 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그녀의 능력이나 잠재력이 시대를 초월한 여성지도자의 대열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유능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한 현실 판단에 뛰어났고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순발력도 있었다. 이러한 모든 능력들은 남편을 대통령을 만드는데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야망인 대통령의 꿈을 위해 계산된 과정이었다면 기나긴 인고의 세월 속에 남겨진 상처 뿐인 영광이 되는 것이다.사회적 흐름에 편승하여 자신의 야망을 펼치는 힐러리가 되지 말고 대처처럼 사회 개혁의 의지
를 갖고 실제로 개혁을 끌어내는 역사적으로 뛰어난 지도자가 되어보라고 하시던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스치는 것도 그녀에게 내심 걸었던 기대감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움직인 강철여인, 세상 속의 불의와 결코 타협하지 않은 불굴의 지도자, 대처에게는 강인하고 강직한, 그래서 더욱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온다. 여성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참다운 지도자로서 그녀만의 카리스마를 순리를 거스르며 자신의 야망을 펼치려던 힐러리가 절대 넘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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