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리운 박정희 소장

2008-07-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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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Fairfield Trade)

날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어가는 고국 소식에 걱정이 쌓이다보니 비록 비합법적인 쿠데타로 정권을 창출하였었지만 그가 이끌어 온 일사분란하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도력은 지금의 현실에서 새삼 그리워지는 것이 필자만의 단견(短見)일까.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어떤 분의 의견도 공감을 표시하였다. 그 분은 60년대 학생시절 유신 타도를 외치다가 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어 사형을 언도 받았다가 죽음 일보 직전에 풀려나와 고문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거동이 불편한 군사정권의 피해자였지만 멀리서 바라본 그의 나라 사랑은 박정희대통령의 통치 철학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 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난 3개월여의 짧은 세월은 취임식 하루만 빼고는 기나긴 혼돈의 역사이기도 하다. 세계지도에 손바닥 보다 작은 한반도의 남반부는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자 촛불을 들고 밤낮으로 각자의 의견을 들고 거리 시위를 하며 냄비 속의 ‘붉은’팥죽 끓듯 하고 있다.


대의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을 뽑아놓고도 국민 각자가 정치를 바로잡겠다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국회의원들은 세비만 받아 챙기고 국회는 개점 휴업상태이다. 선장격인 국회의장도 없이 닻줄 끊긴 나룻배처럼 촛불시위의 풍랑 위의 뱃놀이만 하고 있다.어느 야당 당사에는 ‘붉은’ 인공기가 태극기와 함께 걸려 있고, 노조단체들은 붉은 머리띠에 붉은 깃발을 흔들어대며 목이 쉬어 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고 있다. 인터넷에는 현직
대통령을 암살하자는 선동이 구체적 실행 방법까지 어느 여당지도자 홈페이지에 올라있어도 삭제는 커녕 관련법규가 미비하다고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뉴스를 통한 저들의 시위현장 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2차대전 때 군중을 선동하며 히틀러를 맹종하는 나치의 군중집회를 연상케 한다. 수많은 붉은 휘장과 갖가지 깃발을 나부끼며 청중을 휘어잡는 섬뜩섬뜩한 그의 특유한 음성과 제스처는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는 주술적 마력이 있었다. 그러나 나치당의 집회는 절도가 있었고 국가 기물을 파괴하지 않는 질서가 있었다.재외동포가 밖에서 본 한국의 시위현장은 너무나 우매한 군중들의 난동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유모차를 끌고 시위현장에 나타난 철없는 주부가 물대포를 막아낸 영웅으로 미화되더니 그 후엔 유모차 부대가 대거 나타난 몽매한 현상도 보인다. 애완동물도 자동차 안에 방치하면 동물학대죄로 처벌하는 세상에 폭력이 난무하는 위험한 현장에 유모차를 볼모로 잡고 시위에 참가한 그들을 아동학대 죄목이 없어 관대히 바라만 보는 것일까?

건국 초기 자라나던 민주주의 새싹을 자르고 혁명공약을 앞세우며 집권하게 만든 5.16 혁명의 동기도 4.19 이후의 온갖 데모로 인한 혼란한 사회상이었다. 역사는 되풀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 국민은 안정을 원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미사는 성당에서, 백팔 배는 사원에서, 기도회는 교회에서 진행되어야 신자(信者)나 불자(佛子)가 믿고 따를 것이다.

눈 먼 망아지가 앞 말의 방울소리만 듣고 따라간다는 비유가 있는데 진보 좌파에 물든 붉은 광마(狂馬)의 말방울 소리만 듣고 시위현장에 몰려드는 눈 먼 망아지가 되지 않는 현명한 이성을 가지고 어려운 난국을 지도자에 맡기고 기다리는 것이 군사혁명의 향수를 잠재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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