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관제 풀뿌리운동 유감

2008-07-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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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경제특집부장)

지난 2일 한인 단체장 10여명이 모여 한미 FTA의 미의회 비준을 위해 한인사회가 적극 나선다는 차원에서 가칭 ‘한미 FTA 미의회 비준 추진연대’를 조직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투표권을 가진 한인 유권자들이 결집해, 한미 FTA 비준을 담당하는 연방의회 의원들을 압박하자는 것이다.

웹사이트를 통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의원을 방문하는 등의 활동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추진 연대를 주도하는 한 관계자는 ‘풀뿌리 운동’의 차원에서 한인들이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한미 FTA 미의회 비준 촉구를 위한 한인들의 활동은 이미 스태튼아일랜드와 맨하탄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던 일이다. 이번 추진연대 구성은 그 힘을 한곳에 모으고 앞으로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예전에 종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한 활동이나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 등이 추진연대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것 같다.그러나 좋은 의도를 가진 바람직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
다.첫 모임에서 대부분의 한인 단체장들은 전날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지만, 이 웹사이트는 이미 수개월전에 만들어졌으며 전국의 70여개 단체들이 가입돼 있다. (첫날 단체장 연석회의에 나온 단체들이 이미 가입돼 있는 경우도 있다.)한국 정부와 상관없이 한인들의 순수한 운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어설프게 준비되고, 급조되는 느낌이 역력했다.

얼마전 한국정부가 전국의 읍, 면, 동장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대해 홍보하는 행사가 열리는 것을 봤다. 정부 관계자들은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말했지만 행사장에서 얼굴을 모자이크한 상태에서 TV와 인터뷰한 읍장, 면장, 동장들은 ‘뻔한 것을 뭘 물어보냐’는 식이었다.

국민과의 소통 방법으로 정부와 관련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예전 70-80년대식으로 사람들을 동원해서 자리 채우고, 밥 먹이고, 언론을 불러서 홍보하는 방법이 유치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다.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가 열리니까, 미국의 한인회들을 동원(?)해 안전을 홍보했던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세련된 방식으로 포장하는 기술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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