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인권법의 의미와 역할

2008-03-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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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2004년 북한 인권법이 미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이래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북한 인권법 발의시 북한의 자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정치적 목적을 배제한 오직 북한의 인권 개선만을 위한 법안임을 강조했다.

북한 인권법의 주목적에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인권상황을 주지하며 탈북자 문제 해결과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과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명백히 명시되어 있음은 물론 민주적인 체제 하의 한반도의 평화통일의 과정으로까지 연결시킨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미의회는 연간 예산 1억2,400만 달러를 집행하기로 했다.


부수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각종 국제기구를 지원함은 물론 수 백만에 이르는 탈북자들 중 미국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자들은 숫자에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망명자 신분이라는 합법적인 신분 보장을 통해 미국에 정착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한다고 명시해 놓았다.그러나 북핵사태와 맞물려 급속하게 추진된 북한인권법은 그 진의를 논하기 전에 이미 죽은 법이 되었다.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오명이 3년이 지난 지금 자명해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3년 동안 북핵문제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고 2006년에는 핵무기 실험까지 했다고 선전포고했다. 6자회담이 잔항을 거듭하며 성과를 얻지 못한 것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경책이 초래한 결과이다. 결국 북핵문제 해결에 일말의 양보도 보이지 않는 미국이 미국 인권법의 순수한 동기와 목적을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는 정치적 허상일 뿐이었다. 북한 인권법 통과 후 지난 3년간 미의회는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아 집행이 불가능해졌으며 그토록 강조한 탈북자 문제도 정식 신분보장을 받은 탈북자는 지금까지 10명 내외이다.

부시 말기에 대화를 통한 대북한 유화정책으로 선회하자 북한의 비난을 의식한 듯 북한 인권법을 옹호했던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냉랭해졌다. 미국 정치의 현실 앞에서 북한 인권법은 한낱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반면 유엔은 2003년 이래 매년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키며 북한 인권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 인권문제에서 보면 북한 인권은 기하급수적인 탈북자들의 행렬이 동남아시아, 특히 중국에 흘러들어 국제적 인권상황을 야기시킴으로 단순히 국내문제로 국한될 수 없다. 이들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이 국제법상에 신분을 보장받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면 그 원인 제공자인 북한은 국제인권법의 기준에 위배한 비인권 국가가 되는 것이다.

유엔은 예외적으로 북한 인권결의안을 총회에 상정함은 물론 북한인권 특별 보고관을 임명하며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엔의 정치적 목적을 배제한 순수한 의미에서 인권 개선에 대한 노력은 북한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북한의 입장에서 유엔 인권결의안은 북한사회 인권 개선에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이
다.
북한은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형법을 개정했고 국제 인권 관련 협약의 요구사항에 동의하며 국가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더욱이 평양은 중국으로부터 송환된 정치범들을 제외한 일반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을 완화시키고 있다. 아동 인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을 초청하는 등 북한 인권개선은 괄목할 만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운명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인권을 실현하려는 유엔 보다 미국과의 실질적인 관계에 운명의 추를 놓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패권 논리에서 여전히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이 최근 경제적인 침체를 겪고 있다 하여 떠오르다 질지도 모를 중국을 향해 등을 돌릴 수 없다.북한 인권법은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고 향후 정권 변동에 따라 그 취지마저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 인권법을 근간으로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협력과 공동 보조를 맞추어 나가는 것이 북한 인권개선은 물론 남북관계, 한미관계, 북미관계 개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북한 인권법의 목적에 명시되어 있는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을 위해 북한 인권법은 활용하기에 따라 앞으로도 충분히 유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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