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대통령 선거와 신자유주의

2008-0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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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힐러리냐 오바마냐 혹은 매케인이냐로 압축되었다. 세 사람 중 누가 되어 미국을 이끌 것인가?

오는 11월 본선에서 최종 판가름이 나겠지만 작금의 미국 정치상황으로 보아 돌발변수가 없는 한 지난번 하원의원 선거 결과에서처럼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할 것 같다.민주당의 두 사람 중 누가 되더라도 미국 정치사상 처음인 첫 여성 혹은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대내외 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이라는 성격이 강하다.특히 이라크 불법침략 등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으로 그는 미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의 불신과 비난을 받아왔따. 국내 정책에서도 신자유주의 정책의 맹신 아래 대기업과 기독교 우파에 대한 지나친 애정은 많은 역작용을 낳아 재정, 무역적자의 누적, 달러가치 하락,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등 금융 불안을 야기시켜 스태그플레이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등 전세계에 미국의 경제적 위상마저 떨어뜨려 놓았다.

선거전 양상을 보아도 공화당 쪽은 기존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치중하는 반면 민주당 쪽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 정서에 적극 호응하면서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매케인은 대다수 미국민이 염증을 내고 있는 이라크전을 끝내기는 커녕 도리어 전비 확대를 외치고 있고 대 한반도 정책에서는 현 부시 정부보다도 후퇴한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어 네오콘 강경파 외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이런 모습은 미-소 냉전 종식 이후 부시정부의 보수주의가 확실히 퇴조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즉각 철군으로 최단시일 안에 이라크 전쟁을 끝장내고 북한 핵문제를 현실 접근책으로 풀겠다는 오바마의 공약은 평화와 변화를 열망하는 미국민의 양식에 어필하고 있고, 전국민의 의료보험화에 역점을 쏟고있는 힐러리는 보험 없는 미국 소외계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제 중산층을 포함하는 대다수 미국 국민들은 그동안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가 배설하여 놓은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안정되고 균형잡힌 삶을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란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 공급 중시 경제학이란 이름으로 구체화 된 반 케인즈 경제철학으로 지난 20여년간 세계의 정치 경제를 정의해 온 패러다임이었다고 하겠다.미국의 보수파를 대표하는 레이건, 부시정부와 영국의 대처, 남미의 피노체트, 그리고 한국의 이명박 차기정부 팀이 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맹신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고 시장의 기능과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중시하며 세계화나 무역 자유를 강조한다.

초기 자본주의가 제 1차 세계대전 후 대공황을 겪으면서 위기에 처하자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 이론과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고비를 넘기고 번영을 누려왔다.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제 1차 에너지 위기와 전 세계적 규모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다시금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세차게 뒤흔들어 놓았다.프리드먼, 하이에크 등 당대의 보수 이론가들은 케인즈를 비판하고 신자유주의를 외치며 초기의 자유 방임으로 되돌아가자고 외쳤다.

레이건 이래 미국의 보수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집행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킨 효과는 얻었지만 완전 고용이 노동시장의 유연화란 이름 아래 비정규직을 양산시키고 사회복지예산의 삭감 등으로 빈부 격차의 확대, 사회의 양극화를 불러왔다.신자유주의는 국제 분업의 발전과 자유무역이란 명분 아래 FTA 체결과 우루과이 라운드 같은 다자간 협상을 통한 시장개방 압력을 행사함으로서 반세계화운동, 환경운동의 격화를 다양한 형태의 저항에 부딪치며 진통을 겪어 왔다.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의료, 교육, 사회복지 확충 등 공약들은 정부 기능의 확대를 말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폐기를 뜻하고 있다.
“국가는 부자들의 재산을 도독으로부터 지켜주는 일에 그쳐야 한다”는 야경국가론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작은 정부론’의 원천이다. 핵심 내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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