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
2007-12-11 (화) 12:00:00
열심히 뛰었던 2007년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한다.
유난히 변동이 많았던 부동산 시장을 비롯 기복 심한 경제 그래프회복의 느려짐이 부담스럽다.
연말을 앞두고 예년보다 매상이 떨어져 긴축소비가 계속 진행 중이다. 저녁시간의 식당들이 한산하고 일년 한 번의 연말모임에도찬바람이 인다.
도미노 현상처럼 정체된 느낌이 연말의 세모기분을 썰렁하게 만든다.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치뤄지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의 손길마저 예년 같지 않다.
수 년 동안 부동산 투자로 두꺼운 지갑을 쉽게 열었던 시절이 순간 멀게만 여겨진다.
몇 주 전 소비재 문화가 발달된 서울을 다녀오면서도 수출할수록 적자가 난다며 덤핑세일 하던 중소기업 사장의 푸념이 낯설지 않다.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 온 중년들을 일찍 은퇴해야 하는 사회관습으로 밀려오는 소외감과 고독으로 인해 늦은 이민행렬의 대열에 과감히 서게 한다.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선택하는 미국 생활은 늦은 시각까지 습관처럼 유행하는 한국의 음주문화에서 벗어나 가정위주의 안정됨과 함께 남은 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아내 위주로 이끄는 한국식 가정교육이 아닌 부부가 대화로서 자식을 기르고 오손도손 함께 황혼을 맞는다. 아내에게 주어진 절반의 권리가 철저히 지켜질 수 있는 것이 미국에서 사는 또 하나의 무시할 수 없는 재미가 아닐까도 싶다.
노동의 소중함과 주어진 일에 대한 열정으로 미국에 사는 교민들이 훨씬 나이보다 젊게 사는 듯 활기차 보인다.
자식에게 의지 않고 나이에 구애없이 독립할 수 있음이 삶을 건강하게 이끈다.
서울여정 중에 보너스처럼 얻어진 동창들과의 만남은 십 년 간의 공백도 훌쩍 뛰어넘는 친근감이 있어 마음 훈훈했다. 지난 시절은 다 아름답듯 추억으로 남겨진 젊은 날들을 함께 한 그 기억만으로도 엔돌핀이 돌아 몇 시간의 대화에 온 피곤함이 가셔졌다. 가장 단순해 질 수 있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듯 일과 가정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살 수 있는 것이 작은 행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이다.
그 동안 일에만 매달려 멋진 인연, 소중한 만남을 접고 살았다면 올해만큼은 잊혀진 친구들, 학창시절을 함께 한 동창들과 지난 세월이 그대로 주름 잡힌 눈가와 희끗해진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삶을
향유하는 짜릿함을 가져봤으면 한다.
‘네가 있어 내 삶이 덜 힘들었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면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게 되면서 신명 나지 않을까?
내년을 기약하는 힘찬 건배 소리가 벌써 귓전을 맴돈다.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