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외 부동산 박람회’를 다녀와서

2007-11-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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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박람회’ 일정으로 지난 주 서울에 도착했다.€
겨우 2년만의 방문이건만 고국 땅을 밟을 때마다의 낯설음은 어디서 연유하는지 의아스럽다.
주변 환경에 익숙해 지려면 언제나 시차가 적응될 만큼의 시간 을 필요로 하는 습관에서 늘 자유 롭지 못하다.
도착하던 날 영하 4도까지 내려간 급강하 추위는 모처럼만에 느껴진 목덜미에 머문 찬기가 익숙하지 않아 온몸을€움추려 들게 만든다.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매번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점점 늘어만 가는 수도권 인구에 오지랍 넓은 걱정이들기도 했다.
오후 내내 준비해 간 자료로 홍보 부스를 꾸미면서 지금이 미국 투자에 대한 적기라고 생각했던 베테랑 에이전트들의 부푼 기대가 추운 날씨에 아랑곳 않고 줄이은 방문문객들로 인해 큰 힘을 얻는다.
미국뉴스가 국내 소식만큼이나 보도가 빠른 한국에서 IMF때와€ 침체된 부동산 경기에 과감하게 뛰어들 큰 수익을 올렸던 경험있는 투자자들의 미국에 대한 관심이 2백석 가까운 세미나 룸을 가득 메운다.
미국에 오래 살면서도 단 몇년 반짝했던 부동산 경기만으로도 대단한 행운을 잡은 듯 신이 났었는데 인구 밀도 높은€강남의 아파트 한 채가 올린 수익율과 비교해 본 뒤엔 한 몫을 단숨에 잡으려는 심리가 애써 이해가 되기도 했다.
글로발 시대에 맞는 영어의 중요성과 투자 대비 부동산의 상승율을 설명하면서 학연 지연에 억매이지 않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픈 발언에 조금씩 틈이 낮아진다.
숱한 사람과 사람속에 이어진€끈끈한 인연에 모든 인생을 건듯€보이는 그들에게, 타인에게 보여지는 삶에 지나치게 치중하며 사는 그들에게 성실하게 살면서 얻어지는 건전한 축복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설명하기엔 무표정한 고객에게서 미소을 얻어내는 만큼이나 힘겨웠다.
나이들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미 50줄에 들어서면 일선에서 물러난 듯 전철역이든 명동이든 온통 젊은이들만 가득한 곳곳에 중년의 쓸쓸함과 소외가 묻어난다.
아직도 충분히 자신의 일에 매진할 수 있을 듯한 그들의 정열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같은 60대€연령이어도 미국을 알리려 한 손에 팜플렛을 들고 열심히€홍보하는 흰머리 섞 중년 에이전트의 모습이 신선한 건강함으로 다가온다.
이민 온 뒤 20년 넘게€앞만 보고 살아온 지난 시절을 비교해 본 적도 되돌려 보고 싶지도 않은 것은 물질에서 얻어지는 행복에 한계가 있다고 믿어 온 신념 때문이리라.
제품 설명하듯 좋은 투자의 하나로 미국 부동산을 권하지만 그보다 더 귀한 삶의가치를,
인생의 멋진 구도를 미국에서 펼쳐보라는 말을€기꺼이 하지못한 것은 숫자에 민감한 그들을 단시간에 설득시킬 명분이 내게 없는 까닭이다.
예상보다 성공리에 끝난 행사를 마무리 하면서 흐믓해지는 것은 부동산 투자 이상으로 얻어지는 삶의 소중함이 기대반 실망반으로 새로운 인생을 미국에서 시작할 그들에게 얼마나값진 보석으로 얻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희망사항 때문일 것이다.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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