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라지가 패밀리룸으로 바뀌었다

2007-11-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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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라지가 패밀리룸으로 바뀌었다

거라지에 만든 홈 오피스는 여씨네 가족들이 가장 편안하게 모여 활동하는 제2의 패밀리 룸이다.

거라지가 패밀리룸으로 바뀌었다

키 높은 파티션을 놓아 거라지 문을 열어도 컴퓨터 작업도 문제없다.

에니카 여씨네의 ‘반짝’ 공간 활용

책상·서랍 ㅁ자 배치
아이들 위해 피아노까지
엄마와 아이들 도란도란
한자리서 대화 꽃피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집안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사람들에게조차도 가장 관심 없는 곳이자 매력 없는 공간으로 꼽히는 거라지(garage). 자동차를 넣어두는 차고인 ‘거라지’는 어찌 보면 집안 전체에서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다. 그저 잡동사니나 사용하지 않는 가구들을 한쪽에 놓아두는 공간 정도로 활용하면 다행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에니카 여씨네 차고를 한번 방문해 보면 자동차를 주차하는 것 외에 그다지 쓸모없는 공간이라는 거라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단번에 달아나버린다. 겨우 420스퀘어피트 정도 밖에 안 되는 아담한 공간이지만 네 아이를 비롯해 여씨 부부까지 이곳을 200% 활용하는 지금은 집안에서 가장 쓸모 있는 공간을 꼽으라면 모두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이곳 거라지’라고 주저 없이 외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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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좋은 날엔 거라지 문을 열어두고 엄마와 아이들과 농구 시합 한판이 벌어진다.

넉넉한 스트릿 파킹 공간 덕분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대신 홈 오피스로 꾸몄다는 에니카 여씨. 평소 가계부 정리와 인터넷 서핑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용하던 책상, 서랍, 책장 등을 ㅁ자 구조로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최대한 높였다. 게다가 한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피아노도 배치해 엄마가 홈 오피스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아이들도 어느새 이곳으로 내려와 피아노 연습을 하거나 남는 책상에서 숙제나 독서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거라지가 ‘제 2의 패밀리 룸’으로 손색없을 정도다. 실제로 아이들과 엄마가 하루에 일어난 시시콜콜한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요. 한쪽에는 세탁기와 드라이어는 물론 김치 냉장고와 일반 냉장고도 두어 집안일 할 때도 이곳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걸요. 아예 냉장고 옆에는 수납을 위한 수납장을 짜 넣어 주방이나 거실의 모자란 수납공간을 대신할 정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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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던 책상, 서랍, 책장을 ㅁ자 구조로 배치해 보기에도 깔끔하고 작업 동선이 효율적인 홈 오피스가 완성됐다.

썰렁했던 곳이 ‘가족 사랑방’으로

잡동사니 쌓여
매력없던 장소가
홈 오피스 변신
보일러 앞에는
큰화분 배치 ‘센스’
세탁기와 냉장고
집안일까지 겸해

햇볕 좋은 날엔 아예 거라지 문을 활짝 열고 있으면 아이들은 바깥 농구대에서 농구를 하거나 강아지와 뛰어놀기도 하고 스쿠터와 스케이트보드 타는 모습까지 한눈에 지켜볼 수 있어 그저 든든하기만 하다.
에니카 여씨는 주변 친구들의 초대로 다른 집도 많이 방문해 봤지만 모두들 ‘거라지=차고’라는 고정관념이 강해 못 쓰는 공간으로 버려두는 걸 많이 봤다면서 이곳 ‘거라지 홈 오피스’에 한번 와본 친구들은 삭막한 차고도 얼마든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두들 놀란다고 설명한다.
“특히 엄마들이 거라지에서 가장 신경 쓰인다는 코너가 바로 보일러가 놓인 곳이래요. 대부분 엄마들이 보일러 크기에 맞게 수납장을 짜 넣어 가리기에 급급한데 보일러에서는 열이 나오기 때문에 수납장을 짜 넣으면 안 된답니다”
그래서 에니카 여씨는 늘어지는 식물을 보일러 앞에 걸쳐두어 식물 반 보일러 반이 보이지만 오히려 사람냄새 나는 자연스러운 코너로 눈길끈다.
어찌 보면 썰렁하고 스산해질 수 있는 공간이 제 2의 패밀리룸으로, 집안 식구들이 북적대는 왁자지껄한 공간으로 변신한 것은 에니카 여씨의 남다른 인테리어 센스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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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라지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피아노 뒷면에는 셋째 인준이가 그린 그림을 붙여 화사하다.

거라지 홈 오피스를 위해 사용하던 중고가구를 배치했지만 컬러를 통일하니 이곳을 위한 세트 가구처럼 근사한데다 곳곳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붙여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더했다.
초등학생인 아들 인후(9)가 만든 우주와 위성들은 보일러 옆 파일서랍에 올려두니 마치 코너 장식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처럼 근사하고, 거라지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피아노 뒷면에는 셋째 딸 인준(10)이가 그린 벌과 꽃 그림을 붙여두니 삭막한 거라지가 화사하기 그지없다.
특히 거라지에서 실내로 통하는 문에는 아이들이 직접 삐뚤빼뚤하게 쓴 ‘Keep Door Closed’라는 표지판도 붙여 놓아 미소 짓게 만든다.
정말 신기한 것은 연말 휴일을 맞아 모처럼 집에 들른 대학생인 큰 딸 인혜(20)양과 인선(19)양도 푹신한 소파를 마다하고 ‘거라지 홈 오피스’로 내려와 옛날 주니어 미스코리아에 출전했던 사진 앨범을 보며 모처럼의 회포를 푸느라 정신없다는 것. 그러니 이곳 ‘거라지 홈 오피스’가 여씨네 가족의 제 2의 패밀리 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가 보다.

글 성민정 기자
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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