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벌레의 性지향성, 두뇌 회로에서 비롯

2007-10-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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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자들이 선충류의 특정 두뇌 회로를 바꿈으로써 동성애적 성향을 유발시키는 실험에 성공, 동물의 성지향성이 두뇌 회로에서 비롯된다는 강력한 시사를 얻었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유타 주립대 뇌연구소와 하워드 휴즈 연구소 학자들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성지향성은 암수 선충류가 모두 갖고 있는 두뇌 회로에 선천적으로 입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이 연구는 선충류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동물계 전체의 성지향성 결정에 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연구가 인간의 성지향성과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말할 수는 없지만 성지향성이 두뇌 회로에서 비롯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인간에게도 벌레와 똑같은 진화의 법칙이 적용된다. 벌레의 성지향성이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다면 사람 역시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은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를 모두 갖춘 암수한몸이지만 500마리 중 한 마리 꼴로 수컷의 생식기만을 갖춘 수컷이 나타난다면서 암수한몸이란 본질적으로는 암컷이며 발달 과정에서 자신의 난자를 수정시키기 위해 약간의 정자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컷 예쁜꼬마선충은 번식을 위해 암컷을 필요로 하는데 모든 선충류와 마찬가지로 눈이 없는 수컷은 짝을 찾기 위해 암컷이 분비하는 페로몬의 냄새를 추적한다.

수컷은 383개의 신경 세포 가운데 8개의 감각 뉴런을 페로몬 추적에 사용하는 반면 암컷에게는 감각 뉴런이 4개 밖에 없고 그것도 먹이 찾기에 사용한다.

연구진은 신경계가 선충의 성적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암수한몸 선충의 뇌에 있는 `fem-3’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수컷으로 만들었다. 이 유전자는 몸 세포에 들어있는 수컷의 특징과 신경계 발달을 담당하는 것이다.

fem-3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기 전엔 이 벌레는 다른 암수한몸 벌레의 페로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유전자를 조작한 뒤에는 페로몬을 분비하는 동성의 벌레에게 기어가는 행동의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으로 성이 바뀐 뒤에도 대부분의 벌레들은 수컷 특유의 감각 뉴런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선충들이 페로몬을 추적하는데 4개의 일반적 감각 뉴런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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