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기를 넘기려면

2007-10-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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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금융기관의 부실 여파가 한 동안 뜨겁게 달궜던 부동산 시장을 하향곡선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에퀴티를 뽑아 여러 곳에 부동산 투자를 했던 지인들 중에서 미처 정리하지 못해 타격을 입은 경우가 적지 않다. 마냥 호황을 탈 것 같았던 그래서 소비심리만 잔뜩 부풀게 한 알토란 에퀴티가 빨간 신호를 보이며 무거운 부담으로 조여온다.
유래에 없던 0% Down으로 혹은 변동 이자로 내 집을 마련했던 수많은 바이어들의 재정상황이 어려워 더 이상 그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은행으로 차압 된다.
그 중엔 이미 ‘라인 오브 크레딧’을 여기저기에서 일찌감치 뽑아 목돈을 챙겨 놓고 고의적으로 체납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게 끔찍하게 중요하게 여기며 수년 간 쌓은 크레딧이 망가지기보다 집을 통해 융자 받은 목돈을 챙기는 것이 더 실속 있다는 짧은 판단에서이다.
월부생활인 여유 없는 미국에서 목돈을 모으기란 쉽지 않아 7년 정도 크레딧 기록이 나빠져도 상관없다고 여기면 에퀴티를 모두 뽑은 뒤 고의적으로 집을 던지는 케이스가 의외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면서 식당, 의류, 신발 등 당장 필요치 않은 소비재의 구매가 줄면서 서민 경제 또한 정체된 느낌이다.
내 집이든 렌트로 살든 주거비로 나가는 비용이 적지 않은 미국에서 특별히 수입이 늘지 않는 한 페이먼트를 줄이긴 쉽지 않다.
수입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우징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긴축 재정을 새롭게 짜야 한다. 미국에 오래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나이 들면서 가져지는 풍요로움이 언제나 제한이 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한계성이다.
이는 많은 것을 치루고 온 이민생활이라 무조건 잘 살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는 이젠 좀 자유로워 진다 해도 늘 끊임없이 준비해야 하는 미래가 언제나 불확실하게만 여겨지는 까닭이다.
자식에게 의존해 사는 모습이 점점 낯설어지면서 나이 들어도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들어 왔던 돈은 쓰기는 쉽지만 벌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잔뜩 눈만 높여 놓은 소비심리를 낮추기란 쉽지 않다.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익숙한 관습으로 인해 품위 유지비가 만만치 않았던 실속 없는 가정경제를 조절하고 지출을 줄여야 할 때이다.
그간 잠시나마 풍요로웠던 시절을 접고 긴축재정을 도모하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음을 다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민초기의 그 성실함을 일깨워 다가서는 위기를 당당하게 맞는 담대함이 지금의 우리에게 놓여진 새로운 도전인지 모른다.
어차피 소유에서 얻어지는 행복은 그리 길지 않기에 끝까지 도전하는 삶 속에 또 다른 보람이 있지 않을까?
흔한 말처럼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면 참 좋으련만.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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