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컬럼비아대학 토론 유감

2007-09-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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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교육학박사)

이란 대통령 ‘아마디네자드’가 유엔 방문에 앞서 컬럼비아대학에 초청되어 학생들과 토론을 가졌다. 미국이 ‘악의 축’이라 규정지은 국가수반을 초청하는데 논란이 있었으나 진실을 추구하는 대학으로서는 당연히 가질만한 행사이다. 더우기 대다수 미국인들이 외교적인 해결만이 이라크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보는 현시점에서 이라크 분쟁 해결에 힘을 가지고 있는 이란 대통령과 직접 토론을 갖는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토론에서 이라크 분쟁을 종식시키려는 이란의 의지, 방안 등을 알아보는 것이 초점이 되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Bolinger 총장은 처음부터 상대방을 ‘옹졸하고 잔인한 독재자’로 호칭하고 적대시하는 무례를 범한 것이다. 이러한 언사는 부시대통령 한 사람만으로 족하다.손님을 모셔놓고 정면으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인류의 기본적인 에티켓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진지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공격을 목적으로 하였다면 애당초 손님으로 초청하지 아니했어야 옳을 일이다.


그들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견해보다는 복잡한 이스라엘 과거사를 따지고 심지어 동성연애자 문제 등 기엽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그를 모욕하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외부의 압력이나 반대에 못이겨 총장이 그런 언급을 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가 진정 양식이 있고 용기가 있는 학자라면 지성인으로서의 소신을 굽히지 아니했어야 할 것이다.이란 대통령은 방미를 하면서 유화적인 태도로 미국시민과 접촉의 기회를 갖고저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컬럼비아대학 토론회 참석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9.11 참사 흔적 장소를 방문하여 애도의 표시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 토론회에서 그는 이라크 반란군이나 국제적인 테러들에게 지원을 한 적이 없다는 지론을 강조하고 자기 국가도 테러의 희생국이라고 말하였다.

유엔 연설에서도 그는 분명히 핵 개발은 에너지 활용이며 핵무기 개발 의지가 전혀 없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심지어 그는 현 시대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정신 나간 해우이라고 평했다.물론 그의 말에 신빙성을 의심할 수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그의 언급을 계속 추구하고 논쟁을 벌인다면 상호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의 진의가 어디에 있든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토대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1962년 Cuban Missile 위기시에 당시 케네디대통령은 미국에 불리한 부정적인 메시지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긍정적인 메시지 두 가지를 거의 동시에 소련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전자는 무시하고 후자인 긍정적인 것을 토대로 회신을 하여 성공적으로 이 사건을 평화적으로 종료시켰다. 만약 그 때 부정적인 제안을 가지고 논의를 하였으면 협상은 결렬되고 핵전쟁이란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을 지도 모른다.

이란 대통령이 9.11 참상 흔적(그라운드 제로)을 방문하여 애도를 표시한다고 제안했을 때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컬럼비아대학 총장은 아량을 베풀어 그를 정중히 맞아 주었어야 했다. 그러면 그는 이란 대통령과 친교를 맺을 계기가 되어 이라크 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총장의 호전적인 태도와 달리 이란 대통령은 컬럼비아 학생과 교수를 이란으로 초청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대화를 여는 길이다.

소란한 데모나 언론의 공격 없이 조용한 포름을 가졌다면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직접 체험하고 미국의 진정한 민주주의 의념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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