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우리가 미국의 주인이 되려면

2007-09-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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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기 때문에 주인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그래서 이민 온 사람들이 모두 주인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이니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인이라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므로 소유물에 대한 권리가 있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미국은 민주국가이므로 국민이라면 모두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실은 주인이 아닌 것이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은 건물 소유주를 집주인이라고 한다. 집주인은 자기 집을 누구에게 세놓을 수도 있고 팔 수도 있다. 가게의 경우도 주인은 종업원을 고용하고 상품의 판매가격이나 비즈니스 시간 등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회사의 경우 소유주나 주주가 주인인데 이 주인은 회사의 정책과 운영을 결정하고 심지어는 회사의 합병인수, 통폐합 등 운명까지도 좌지우지한다.그러므로 주인은 주인에게 종속된 사람과는 다른 주인의식이 있다. 주체적이고 자발적이고 능동적, 적극적인 주인의식은 주인만이 가질 수 있는 의식이다. 주인이 종업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져달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 나라의 주인이 되기 전에는 주인의식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주인이 되면 소유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게주인의 경우 사업이 실패할 경우 패가망신할 수도 있지만 사업이 잘 되면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주인이 아닌 종업원은 사업이 망한다고 해도 큰 손해는 없다. 다른 직장을 찾아서 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주인이 아니므로 이득을 차지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자기 회사의 주식을 갖도록 하고 있다.

원래 아메리칸 인디안들이 살고 있던 미국에 들어온 백인들은 원주민을 쫓아내고 주인 자리를 차지했다. 백인 중에서도 처음 자리를 잡은 영국계가 주인이었다. 그 후 아이리쉬 등 다른 백인들이 주인 대열에 합류했고 최근에는 소수계인 유대인들까지 주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유럽에서 천대를 받아온 민족인데 돈을 벌어서 경제력을 장악하면서 그 세력을 바탕으로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주류세력에 들어갔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에서 어떤 민족이 주인 또는 주류세력이 되는 과정은 주식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주식회사에서는 주주들이 모여 회사를 소유하고 많은 주식을 가진 대주주나 또는 주주연합이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한다. 회사에서 이익을 많이 내면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배당을 많이 받는다.유대인들은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듯이 미국에서 경제력을 키워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듯이 미국의 정계와 사회 지도층을 석권했다. 그리하여 회사의 정책과 운영방침을 좌지우지하듯이 미국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이 중동국가들과 적대시하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친이스라엘 정책을 취하는 것은 유대인들이 미국이라는 회사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민의 나라인 미국에서 모든 이민자가 주인이라는 말은 실상과는 다른 말이다. 미국에 흑인들이 많고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이 미국의 주인이 되기는 요원한 일이다. 우리 한인들이 미국에 와서 직장이 있고, 시민권을 받았고, 사는 집이 있다면 대체로 안정된 삶의 터전을 잡고 정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이 나라의 주인이 된 것은 아니다. 주인은 주식회사의 주주처럼 국정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인들은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다다익선이다. 미국에서 많은 한인계 재벌이 성장하여 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선거직과 임명직 공직자, 학계, 재계, 언론계, 문화계의 지도자, 전문직업군이 주류사회 속으로 진군해야 한다. 우리 1세대에서는 역부족이겠지만 우리는 2세들에게 이런 자화상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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