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악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2007-09-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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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기(미주한국국악진흥회 회장)

우리는 이 미국땅에서 어떻게 한국의 전통 국악예술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가? 평생을 국악예술을 지척에 두고 미국생활 35년을 보내온 한 사람으로 너무나 감격스럽고 벅찬 감회로 이 공연을 관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하여 차마 목이 매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무용하면 무엇보다도 향사 한영숙 선생의 맥을 말할 수 있겠다. 그 후예로서 LA에 있는 김응화 선생이 거의 30년에 가까운 기간을 두고 또 뉴욕에는 박윤숙 뉴욕국악원장이 이 미국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한국전통국악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정말로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살풀이와 부채춤의 동작과 춤사위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더 폭넓은 팔과 어깨의 놀림으로 모든 관중의 시선을 끌어당기어 우리 관중들로 하여금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경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우리 관중들을 무아의 지경으로 이끌어 내어서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끌어들이는 흡입력은, 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춤사위의 창작성이 드러나고 배어 흐르는 것이었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무용 창작작품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이 미국땅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전폭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이번 공연은 한국전통예술에 새로운 방향 제시를 한 공연이라 하겠으며 미국땅에서 우리의 전통예술의 미래는 확실하게 약속되어 있다고 하겠다.

2부 순서의 신판 춘향전 창극은 우리의 말을 어눌하게 말하는 2세, 3세 출연자들의 진지한 무대 매너와 그 대사의 발표력을 높이 산다. 박원장이 6개월 전부터 대사를 만들고, 갈고 닦아서 내놓은 신판 춘향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관중들의 관심을 몰입시켜 극중의 해학적인 부분에서는 모두 한바탕 시원스럽게 웃음을 함께 하는 수준 높은 창극이었다.
또한 이 창극을 지도한 극단 ‘독도’의 박동훈 대표의 피나는 연출과 지도력이 돋보이는 근래 우리사회에서 볼 수 없던 수작(秀作)이었다. 박 대표의 지도력과 연출에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이번 국악원의 공연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한국에서만 국악예술을 교육해야 한다는 정설을 깨뜨리는 커다란 희망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이 미국땅에서도 우리의 2세들에게 우리의 전통국악 전분야를 가르쳐서 그들로 하여금 전세계에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국악 예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과 긍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그들로 하여금 국제적인 민간대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지를 심어주어야 하겠다.정말 다시 한번 이번에 무대에 선 출연자 전원에 뜨겁고 가슴 벅찬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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