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자회담과 우리

2007-09-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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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의사)

이미 고철화(古鐵化)됐을 영변 원자로를 고비로 한 6자회담은 한 고비 넘긴 듯 하나 북한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2,500만 달러 액수에 있은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와의 거래를 다시 터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점점 더 말려들 것만 같다.

상상하고도 남는 수많은 갱도(坑道) 깊이에 숨겨두었을 푸르토늄 원자탄을 일일이 다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그 때마다 주고 또 주어야 하는 고비가 반복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더우기 리비아의 카다피식 승복을 바라는 미국의 뜻대로 된다면 우리의 통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약속하는 막대한 원조로 남한 침공을 다시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이 바라는 북미 평화협정은 남한 재침공의 정지공사(整地工事)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자체보다는 그 중동 유출에 더 예민하고 중국은 탈북자의 유입을 구실로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면서 북한에서의 실리를 굳히는데 여념이 없고 소련은 속된 말로 ‘굿이나 받아 떡이나 먹자’하는 식이고 일본은 이 기회에 몇명 안되는 피납 국민 반환에 여념이 없다.


동상이몽(同床異夢)격인 이런 터에 한국은 중국에 공조하여 북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공언하면서 일방적인 원조만 하고 있다. 그러니 6자회담이 반복될수록 한국은 얻는 것 없이 주기만 계속하고 있는 형편이다.원자력발전소 완공을 위해 5억달러도 우리가 내야 할 것인가. 우리가 동서독식 통합을 바란다면 최소한 서독이 한 것 같이는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서독은 우리같이 거져 주는 일 없이 ‘give and take’로 최소한 저명인사의 석방 또는 서독 이주를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도 반복되는 6자회담에 따라 다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유용하게 선도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본다. 더우
기 우리와 관계가 깊은 4대국이 끼어 있다.

어떤 형식이건 우리 통일에 깊이 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보다 통일이다. 지금까지 우리 통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우리나라 통일에 외세의 간섭이 필요 없다고 할 지 모르나 과거 60년 동안 별별 시도를 다 해보았으나 격차만 점점 더 심해졌을 뿐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강대국의 관여와 힘을 바래는 것이 수치는 아니라고 본다. 더우기 4대강국으로 하여금 통일 한반도를 완전 중립국으로 한다는 보장 하에 6자회담을 진행시킨다면 지금 힌들게 하고 있는 원자탄 문제는 거론할 필요도 없게 자연 해소될 문제라고 믿는다.

2보 전진이 필요하다면 1보 후퇴는 달게 받아야 한다고 본다. 더우기 중국은 발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한 강자가 있는데 또 다른 강자가 생기면 편안하지 않는 것이 천리(天理). 그 때 우리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또다시 열강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이 땅, 이 민족은 김정일이 월남식으로 남한을 전복하건 남한이 북을 햇볕정책으로 통합하건 그 통일은 이 민족과 한반도에 영원한 평안과 번영을 가져다 주지 못하리라는 비관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낙후(落後)하고 파괴된 북한을 인제 남한의 힘만으로 회생(回生)시키기에는 너무도 힘들게 되어 있고 또 북한의 힘으로 남한을 유지하기에는 남한이 너무도 앞서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격차가 너무 커졌다.
월맹(越盟) 호지명이 군사적으로 월남을 일시 정복했었다 해도 월남으로 되돌아 갔지 월맹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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