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법정 구속

2007-09-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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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최근에 퀸즈의 형사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한국인이 판사의 명령으로 법정에서 구속되는 비상사태가 연속해서 몇 번이나 일어났다. 법정구속은 형사법원에서 실형 언도(징역형)가 내려서 법정에서 바로 구속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주 드문 일에 속한다.

구속된 한국인 모두가 터무니없는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50대의 서모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중이었다. 변호인의 요청으로 체포한 경찰을 불러 체포 경위에 대한 합법성을 따지기 위해 청문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이날 아침 법정에는 증언할 경찰이 출석해 있었고 검찰과 변호인 양쪽 모두 청문회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한 법원은 청문회가 열릴 법정이 정해지지 않아 청문회를 오후 2시에 다른 법정에서 열기로 통고했다.오후 2시가 되어 판검사 변호인 법정통역 등 모든 당사자가 법정에 나와 있었고 증인으로 나온 경찰은 아침부터 대기중인 상태였다.

그런데 거의 3시가 가까웠는데 정작 당사자인 피고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당황한 변호인이 전화를 걸고 야단을 치고 있었지만 전화조차 연결이 되지 않자 부득이 판사는 청문회 일정을 다음 주일로 연기하고 출석하지 않은 피고인 서씨에게는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말았다.한시간 쯤 지나 법원의 모든 법정이 문을 닫을 시간인 4시나 가까워서 피고인이 나타난 모양이
어서 다시 통역을 호출하고 재판이 다시 열렸다.

이 사람이 변호사에게 하는 설명은 점심시간에 사업관계인들과 점심을 하면서 말이 좀 길어졌다는 변명이었다. 판사는 청문회를 예정대로 연기한 날짜에 열기로 하고 피고인에게는 많은 액수의 보석금을 명령하고 당장 그런 돈을 가지고 있지 않는 서씨는 법정에서 구속되고 말았다.조그만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황 모씨는 월세를 제 때 지불하지 않는 세든 사람을 내보내려고 세입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기와 개스를 끊어버리고 강제로 세입자를 내보냈다. 위반한 세입자라도 이를 내보내려면 주택법원Housing Court)을 통해 합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모든걸 처리하고 말았는데 세입자의 고발로 불법추방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파트의 소유자이면 상당한 부동산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선변호사는 쓸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개인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자기는 아파트의 소유인이 아니고 아들 소유의 아파트에 수퍼로 일하고 있다는 서류를 제출하고 계속 국선 변호사를 쓰겠다는 등의 절차 때문에 재판은 이미 6개월 이상이나 지연되어 있었다.이 사람이 혐의를 받고 있는 불법 세입자 추방이란 형사법원에서 보기에는 하찮은 행정규칙 위반에 해당되는 사항이라서 검찰도 얼마간의 벌금형을 제시하고 본인도 이를 받아들여 이제 판사만 동의하면 사건은 끝나는 듯 했다.판사는 이 합의를 받아들이기 전에 검사로 하여금 그 아파트의 원상복귀 상태를 확인하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통고했다.

말하자면 끊어버린 전기와 개스가 도로 연결되었고 추방된 세입자도 도로 입주했는지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검사가 이를 확인한 결과 원상복귀는 아무 것도 된 것이 없고 오히려 주택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이를 확인한 법원은 이 사람을 법정 구속시켜 버렸고 이튿날 다시 법정에 나온 황씨를 주택법원이 보낸 집달리가 체포해서 연행해 버렸다. 같은 사건으로 주택법원에도 입건이 된 모양이었고 주택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였는데 이를 제 때에 지불하지 않아 구류형으로 대체하고 동시에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위의 두 사건을 돌이켜 보자. 다만 상식적인 정도의 성의만 가지고 일을 처리했던들 이런 불상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사건들이다. 법원에서 보면 이런 비상식적인 태도를 가진 한국인이 의외로 많은 것에 실망하고 있다. 머리를 굴리라는 말이 아니라 건전하고 상식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자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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