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모두가 다 하늘이 내린 선물들

2007-09-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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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9월 초 일주일 동안 아리조나 세도나와 그랜드 캐넌 그리고 페인티드 데저트와 화석공원을 다녀왔다. 뉴저지에 살다 아리조나 투산으로 이사한 노부부가 반가이 맞아 주었다. 그 곳에 있으면서 아메리카 인디언 선교를 하고 있는 선교사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피닉스에 있는 인디언 박물관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아리조나 주는 사막이다. 주의 수도 피닉스는 미국에서 제일 기온이 높은 도시다. 산에는 몇 백 년 된 선인장들이 전신주처럼 줄 서 있다. 가까이 가 보면 선인장은 사람 키의 두 배 혹은 세배나 된다. 뜨거운 땅 피닉스와 투산 등에서는 이렇게 키가 큰 선인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서부영화에 나오는 그런 선인장들이다. 그러나 피닉스 시 중심에는 강이 흐르고 있다.

투산과 피닉스는 약 1시간 20분 거리에 근접해 있다. 투산으로 이사한 노부부는 투산이 너무 좋다고 했다. 말대로 투산에서 몇 밤을 자면서 느낀 것은 공기가 맑고 기후가 따뜻해 신경통이나 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살기에 적합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미주 각 곳에서 이곳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 신축 주택 공사가 한창이었다. 피닉스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세도나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몇 째 안 가는 기
(氣)가 좋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각 곳의 유명인들이 이곳에 명상센터를 세워 놓고 명상도 하는 등 기를 수련하고 있다. 작은 시골이지만 관광지가 되어 있어 호텔과 모텔, 레스토랑 등이 세계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세도나를 들어서면서 첫 번 보는 것은 땅과 산의 색깔과 모양이다. 모두가 황토다. 황토라 해야 하나, 오히려 적토라 해야 맞을 것 같다. 흙과 바위가 모두 빨간 색이다. 아마 이처럼 빨간 색깔의 황토가 있는 곳은 세도나와 인근 지역이 미국에서는 유일한 곳이 아닌가 싶다. 흙의 색깔만 보아도, 또 그 흙을 밟아만 보아도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기를 느끼는 것 같았다. 산의 모양은 아름다움과 경이 그 자체다. “어떻게 산이 저렇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을 할 수 있을까!” 예술가가 조각칼을 들고 섬세히 깎아 내린 것처럼 산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다.

붉은 황토색. 색깔도 색깔이지만 산의 모양이 사람을 신비 가운데로 이끌어 드릴 충분한 그 무엇이 있었다. 세도나와 그 부근의 산들은 모두가 다 아름답고 신비에 차 있었다. 처음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그랜드 캐넌을 남쪽과 북쪽, 서쪽과 동쪽 등 수백 마일을 돌며 모든 전경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었다. 30분 동안 헬기를 타고 돌았지만 그랜드 캐넌의 광활함은 말
그대로 “아, 하!”였다. 계곡 아래 흐르고 있는 콜로라도 강물은 누런 색깔의 흙탕물이다. 그러나 그 물 속에는 수 억 년의 땅의 숨소리가 함께하여 흐르고 있겠지.

골짜기. 수백 마일이나 벌어진 협곡도 골짜기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곳은 골짜기라 하기에는 너무나 광활한, 인간이 가히 접근할 수 없는 자연의 걸작품이다. 거대한 협곡을 보고 있으려니 수십 년 막혔던 그 무엇이 한 번에 펑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랜드 캐넌에서 본 석양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페인티트 데저트와 화석국립공원. 화산이 폭발해 만들어진 낮은 사막들은 그 어느 화가가 그려낸 명화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색깔 칠해진 모습들이었다. 특히 큰 나무들이 툭툭 부러진 채 화석들이 되어 수정으로 변한 그 모습 속에는 인간이 감히 접할 수 없는 지구의 신비로움이 가득 가득 담겨 있는 듯 했다.

나무들이 수정이 되어 온 사막에 널려 있다. 가져가면 모두가 다 돈이 된다. 그러나 가져갈 수는 없다. 법으로 금지돼 있다. 보기만 해야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수정들의 참 모습을 보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이익을 가진 셈이다. 마음에 새겨진 보이지 않는 이익. 그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데 큰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니던가.
인디언 박물관을 들렸을 때. 그 곳에서, 네티브 아메리칸(인디언)들의 지난 모습 속에 어려 있는 그림자들. 수만 년 동안 자신들의 것으로 알고 섬기며 살아왔던 땅. 그들은 이제 ‘보호구역’이라는 제한된 구역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게 돼 있다. 역사와 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리조나 카우보이 아니조나, 역마차를 타고 가는 아리조나 카우보이~” 기가 살아 꿈틀대는 곳. 아니조나, 세도나, 그랜드 캐넌, 페인티드 데저트, 화석공원 등등. 모두가 다 하늘이 내린 선물들임에야. 떠나면서, 눈가에 눈물을 적시든 노부부의 다정스런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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