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이 없는 지구

2007-09-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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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지구 온난화의 속도가 과학자들이 각종 수학적인 모델로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
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인간이 화석연료의 사용을 100% 중지한다고 해도 온난화는 30~50년간 계
속된다는 것이다. 전기도 없이, 자동차도 없이, 모든 “불 때는” 것이 없어도 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으로 인류가 21세기를 멸망하지 않고 넘길 확률을 50% 정도로 보는 학자도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신문학과 부교수인 알란 와이즈만은 곧 출간될 <인간이 없는 세계(The World without US)>라는 그의 저서에 담은 핵심적인 내용을 월간지 ‘Scientific American’의 2007년 7월호에 인터뷰 형식을 빌어 말하였다. 와이즈만은 이 책을 쓰기 전에 각계의 전문가들을 만났을 뿐 아니라 인간이 아주 오랫동안 살지 않았던 생태계를 직접 답사하였다. 지금 이 순간, 인간이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뉴욕시를 모델로 상상해 보면 이렇다고 한다.


2일 후 : 하루 1,300만 갤론의 물을 펌프로 퍼내야 하는 지하철은 완전히 물에 잠길 것이다.7일 후 : 펌프로 계속 찬 물을 공급하여 식혀야 하는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는 타버리거나 녹아내릴 것이다.1년 후 : 지하수가 거리로 넘치게 되고 얼기와 녹기가 반복되면서 도로는 갈라지고 휘어져 엉
망이 된다.2~4년 후 : 뉴욕 및 다른 도시들은 갈라진 도로 사이로 잡초가 자라고 나무들의 뿌리는 거리를 뒤덮어 도시가 흉가의 모습으로 변한다.
4년 후 : 열 공급이 중단된 집과 사무실 건물은 얼기와 녹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붕괴된다.5년 후 : 이 때쯤이면 뉴욕시의 많은 곳에 불이 일어난다. 벼락이 수거하지 못한 나뭇가지에 불을 붙게 하기 때문이다.

20년 후 : 맨하탄에는 붕괴된 도로에 물이 차서 수 십개의 습지와 시내가 형성된다.100년 후 : 거의 모든 집들의 지붕이 내려앉고 건물은 붕괴하기 시작한다.300년 후 : 뉴욕시의 사장교(Suspension Bridge)들은 내려앉는다.500년 후 : 핵무기 보관함이 녹슬어 방사능 물질인 플루토늄 239가 유출되고 그로 인해 환경이 오염된다.1만5,000년 후 : 맨하탄의 마지막 남은 석조건물이 녹아내린 빙하에 휩쓸려 무너지고 새로운 빙하시대가 열린다.

10만년 후 : 대기 속의 탄산가스(온난화의 주원인)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주:이렇게 오래 걸리다니)1,000만년 후 : 청동으로 만든 조각물의 일부는 아직도 남아 한 때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살았음
을 말해준다.10억년 후 : 태양이 더 밝아지고 지구는 더 더워진다. 그러나 곤충이나 다른 동물들은 적응하여 살아남을지 모른다.50억년 후 : 태양이 소멸되면서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내의 모든 행선들은 증발된다.

1,000억년 후 : 미국 TV의 인기극 ‘황혼지대(The Twilight Zone)’ 및 다른 TV 쇼들은 전파를 타고 그래도 우주공간으로 한없는 여행을 계속한다.
저자는 인간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류문명을 위협하는 많은 일들 때문에 “아, 우리는 어찌되는가, 우리는 죽는가” 하는 공포로부터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종말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My book eliminates that concern right at the begining by saying the end has already taken place) 이 끔찍한 결론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원문을 인용한 것이다.

무시무시한 결론이지만 지구상에서 서식하는 많은 종(種) 중 인간이 없어졌다고 그게 무슨 대수인가. 오히려 그게 다른 모든 생물에게 살 길을 열어주는게 아닐까. 그만치 우리 인간, homo sapiers는 다른 종에게 너무도 악독한 짓을 많이 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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