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Dear Mr. Honda...

2007-09-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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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What have you done for me lately?”
‘당신이 최근 나한테 뭘 해줬는데?’라는 뜻의 이 말은 미국 사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 중 하나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도 있다’라는 차원의 뜻이다.

매년 11월이 다가오면 이 표현은 기자의 머릿속에 어김없이 떠오른다.
11월은 미국에서 정치 선거가 치러지는 달이다. 선거를 약 2개월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코리안-아메리칸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한인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계 후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고든 존슨 뉴저지주 하원의원처럼 한인사회를 위해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자가 취재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말만 늘어놓는다. 한인사회를 위해 어떤 법안을 상정했는지, 또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무조건 ‘Koreans are very hard working people’라는 칭찬(?)만 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들어봤다.

하지만 오는 가을 선거에 출마하는 미 정치 후보 중 기자가 꼭 뽑아주고 싶은 사람이 한명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올해 미 전역의 한인들을 위해 해 준 것이 너무 크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마워서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사람에게 한 표를 줄 수가 없다.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뉴욕과 뉴저지에 살고 있는 모든 한인 유권자들은 그를 위해 표를 행사할 수가 없다.

기자가 얘기하는 ‘그’라는 사람은 지난 7월 미 하원에서 통과된 일본군 종군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한 마이클 혼다 미 연방 하원의원이다. 혼다 의원은 캘리포니아에 소속된 3선 연방 하원의원이다. 즉, 뉴욕과 뉴저지 한인 유권자들은 그를 위해 투표를 할 수가 없다. 혼다 의원은 일본인 3세이다. 일본인의 피가 흐르는 그가 일본이 과거 저지른 범죄를 파헤치는
법안을 상정하게 된 이유는 소수민족의 여성인권 문제를 제기하자는 깊은 의식 때문이다. 만약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정치인이 한국의 과거를 부정적으로 들췄다고 가장해보자? 한인은 물론, 한국의 네티즌들로부터 이완용이 저리가라 할 정도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아니,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 혼다 의원이 오는 23일 뉴욕을 방문해 한인들과 만날 계획이란다. 우리가 표로 그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뉴욕을 찾는 그를 직접 보고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답례이자 예의가 아닐까싶다.
역사를 다시 쓸 수 없는 이상 일본은 대한민국의 영원한 라이벌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 여름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에게 거둔 미지근한 승부차기 승리보다 훨씬 더 통쾌하고 짜릿한 승리를 안겨준 혼다 의원에게 전하고 싶다. “Congressman Honda, You have done a lot for us lately”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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