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을 사랑하며

2007-09-21 (금)
크게 작게
서진형(world OKTA 명예회장)

금세기가 기술과 통신의 발달 덕분에, 하나의 거대한 사회로 묶어 지면서 금융의 힘이 가지는 위상은 날로 더해 간다. 그 막강한 금융의 힘이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의 남단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우리 가족들이 그곳에서 매일 일을 하고 있기에 나는 뉴욕을 사랑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여론을 이끌고 있는 뉴욕타임스와 월 스트릿 저널, 그리고 3대 뉴스매체가 매일 미국과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우리 집 안방으로 명쾌한 설명과 함께 가져다 주고 있다. 그 다양하고 신선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들을 낯익은 젊은 한인 2세들이 들려주기에 더욱 더 뉴욕이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가 매일 즐겨 먹는 유태인의 빵인 베이글과 크림치즈가 이제는 한국에서도 유행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침 저녁으로 백팩을 등에 매고 간편하지만 그러나 맵시있게 차려입고 바삐 걷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뉴욕 스타일’이라고 부르며, 서울에서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 특정 도시 이름 뒤에 스타일을 붙여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이고 보면, ‘뉴욕 스타일’ 이 갖고 있는 유명세는 뉴욕에 살고있는 우리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져볼만 하다. 우리에게는 매일 눈만 뜨면 지겹게 보는 낡고 붉은색 벽돌 아파트도, 빈틈없이 옆 건물과 다닥 붙은 고층빌딩도 세계의 최고 도시의 미적인 풍모를 만들어 주고 있다. 뉴욕 식당에서는 흔히 보
는 던져주듯 주는 커피 잔과, 조금은 퉁명스러워 보이는 뉴욕 유색인종들의 커피 서비스도 어떻게 보면 뉴욕의 멋과 맛을 더해 주는 조연으로 훌륭하다. 뉴욕에 있는 그들은 적어도 커피 서비스업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전문가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뉴욕을 다녀간 많은 서울의 사진작가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7번 전철의 낙서와 함께 낡고 지저분한 뉴욕의 고가 전철의 모습을 렌즈에 담고 있다. 맨하탄 거리의 고막을 때리는 듯한 소방차나 앰블런스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맨홀에서 솟아오르는 겨울철의 뜨거운 증기가 뉴욕의 전매특허 마냥 자주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등장한다. 뉴욕의 매서운 추운 겨울날씨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이주한 뉴요커들도 못내 뉴욕의 그 다이나믹한 역동성을 그리워 한다. 뉴욕 밖에서도 항상 뉴욕 오페라하우스의 화려한 공연과 뉴욕 필하모니의 섬세한 선율을 잊지 못하며, 오늘도 열심히 뉴욕 양키즈와 뉴욕 메츠를 응원 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고 싶은 1등 관광도시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이다. 비록 교통이 번잡하고 물가와 호텔비가 높다고 해도 맨하탄의 호텔들은 매년 밀려오는 외국 관광객들로 항상 만원 이다. 내년부터 한·미간의 무비자 방문이 시행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뉴욕을 다녀 갈 것이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는 뉴욕의 매력과 뉴욕의 역동성을 그들은 더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FTA협정이 시행된다면 뉴욕에 살고있는 우리 동포들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잊고 지내던 뉴욕을 더욱 사랑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무엇이든 뉴욕적인 것은 팔릴 수 있다.

무엇이든 뉴욕에서는 팔 수가 있다. 뉴욕이 바로 세계 상인들의 총 본산이기 때문이다. 점차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뉴욕에 살고있는 우리들은 세계의 어느 누구보다 항상 한 발 앞서 경험하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뉴욕을 이해하면 세계가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단지 숲 속에 있는 우리는 진작 숲을 볼 수 없듯이 뉴욕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뉴욕의 진면목을 놓치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50만 뉴욕 동포들이 하루에 한가지씩 뉴욕의 장점을 찾아내는 ‘뉴욕을 사랑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겠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뉴욕이 먼 훗날 세계화의 중심 도시로, 정보화 사회의 중심 도시라는 것을 반드시 평가받을 것이다. 마치 150년 전에 영국의 멘체스터가 산업사회의 중심도시였다는 것을 몇 십년 후에야 깨닫게 되듯이 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