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정치학회(APSA)를 다녀와서

2007-09-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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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8월 30일에서 9월 2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린 제103회 미국정치학회에 참가한 것은 학문적 경험을 쌓기 위한 최고의 기회였다. 정치학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정치학회(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일명 APSA 는 정치학자들의 학문적 요람 역할을 한
다. 매년 열리는 연례학회는 정회원들이 참석하여 논문 발표와 열띤 토론을 펼친다. 정치학계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자들간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학문적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한미정치발전연구소 설립 이후 처음 참석한 이번 학회는 미시간호의 깊고 푸른 물결 너머 자리잡은 하이야트호텔의 위용 만큼이나 가슴 설레게 했다. 특히 지난 3월말 보스턴에서 열린 아시아학회에 참석하여 만난 한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브루스 커밍스와의 재회는 학문적 체험
을 넘어 또다른 기쁨이었다.너무도 반갑게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반도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한반도 문제를 커밍스처럼 진지하게 애정을 갖고 연구한 학자는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우기 그의 학문적 역량과 업적이 이제 한국전쟁이 야기한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여 한국통일의 당위성에 이르는 단초를 제공한다면 학문의 효용성 면에서 이보다 값진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사려 깊고 진지한 모습에 학자로서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은 어찌보면 한국학
분야의 독보적인 석학으로서라기 보다 오랜 세월 학문의 세계에서 체험한 그만의 연륜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한미정치발전연구소 자문위원이며 존 홉킨스대학 한국, 일본학연구소의 켄트 칼더 소장과의 해후도 큰 행복이었다. 한미정치발전연구소 설립 후 미국내 한반도 관련 정치인들과 학계의 석학들이 연구소 활동을 지원해 왔다. 그 중에서 켄트 칼더 교수는 한국과 일본학 분야의 대가이면
서 한국문제에 깊은 애정을 몸소 실천하는 학자이다. 칼더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한 것은 앞으로 본 연구소가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데 커다란 학문적 밑거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본 연구소 활동에 적극적 지지를 보내는 다트머스대학 정치학과 데이비드 강 교수 또한 미국 정치학계에서 촉망받는 젊은 학자이다. 현정부에 입각한 존 홉킨스대학의 빅토 차 교수에 이어 차기정부에 입각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동아시아 분야의 탁월한 학술적 업적을 쌓고 있는
정치학자로서의 그의 행보가 미국무성 내에 한반도 전문가로서 역량으로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코넬대학 정치학과 교수에서 최근 존 홉킨스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서재정 교수는 신진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에 관한 미국 학계에 떠오르는 별과 같다. 북한문제와 세계 정치에 관한 논문 발표를 들으며 미국에서 한국정치의 미래는 상당히 고무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너무도 깊고 푸른, 바다보다 더 장엄한 미시간호를 뒤로 하고 비행기에 올랐을 때 필자는 내년 학회에서 발표할 논문인 ‘한국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짚어 보았다. 브루스 커밍스처럼 순수한 열정을 갖고 평생 학문적 업적을 쌓아온 한반도가 세계 평화를 이루는 길은 과연 무엇인가. 한반도는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잔존지역으로서 세계 분단사의 종지부를 찍고 진정 동서가 화합하는 장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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