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간 인질사건 반성해야

2007-09-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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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극단적이며 광신적인 일부 교회 인사들을 제외한 국민 대부분의 의견은 아프간과 같은 위험한 지역 선교는 자제해야 된다고 한다. 8월 31일자로 탈레반 인질 19명 모두가 추가 희생자 없이 풀려나 천만다행이지만 목사들의 그간 처신을 보노라면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 같다.한국 세계선교협의회(KW MA) 목사들은 기존 보수적 선교방식을 고수할 뜻을 밝히면서 샘물
교회 아프간 선교팀도 합법적인 비자를 받고 입국했던 것이라고 주장(김정복 목사)했다. 아무리 합법적으로 입국했어도 예상치 않던 불상사가 돌발하여 생명까지 희생 당했으니 자제하라고 하는 것이 국민의 여론임을 왜 모르는가?

세상의 부귀영화를 얻고도 생명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 예수의 고귀한 생명에 대한 산상설교를 기억했으면 한다. 이번 아프간 사태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한민족 복지재단 이사장직과 샘물교회 담임을 겸직한 박은조 목사는 젊은 청년들을 하늘나라 건설을 위해 아프
간으로 부른 것이며 두 사람이 피를 뿌리게 한 것이고, 그동안 국내외 언론매체의 조명과 관심(당초 욕심)을 받은 교만함의 극치인지, 지나고 보니 우리(샘물교회)가 한국 교회의 중심에 있다고 한 설교는 신앙인의 기본 소양인 겸손은 어디다 팽개치고 소영웅심이 만연한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발상이다.


그 뿐인가. 우리 교인들이 탈레반에 인질로 억류된 것이 영광이 되는 일임을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니 정말로 수치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박목사이다. 그럴진대 그가 며칠 전 한민족 복지재단 이사장직을 사직하면서 사유로 샘물교회가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 뿐인데 라고 아쉬워했다니 박목사가 협조 요청도 하고 자신이 도움도 주었다는 희대의 희극적 과정(1인2역)을 보면서 ‘후안무치도 유분수(有分數)’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국가와 국민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백배 석고대죄하는 자세이어야 할 목사의 저질적인 행태를 보면서 교회에 관심이 있고 예비 교인이 될 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정 떨어지게 만들고 있으니 이러고도 교인의 증가를 바란다는 것은 가을에 떨어진 낙엽 속에서 한 송이 꽃을 찾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42일 피랍기간 내내 지상 및 TV화면에 비쳐진 인질 가족들의 표정은 핏기 없이 창백하고 침울하여 근심 걱정이 만연해 보였다. 혹시나 추가 희생자가 생긴다면 가족들 중 줄초상도 가능해 보였는데 하나님이 이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기대가 크다면서 마음속에서 신이 나고 재미있다
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간증(9월10일 기사, 어느 인질의 모친)했다니 한심한 ‘그 목사에 그 교인’이 아닐 수 없다.이런 가족과 목사의 파렴치함이 있는데도 신문을 볼 때마다 걱정하고 무사귀환을 기원했던 나
자신이 어리석고 부끄러우면서 어딘가 속은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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