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사단의 유혹

2007-09-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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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옛 부터 어른들은 사람이 일생 사는 동안 꼭 조심해야 될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명예와 권세, 돈, 그리고 이성문제이다. 현재 작금의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신정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잭실장 사이에 벌어진 사태를 보더라도 옛날 어른들이 하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이러한 교훈은 광야에서 금식중인 예수가 마귀의 시험에서 당당하게 벗어난 사실이 기록된 성경에도 잘 명시되어 있다. 사단이 예수에게 한 첫 번째 시험은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돌이 변하여 떡이 되게 하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인 물질에 대한 유혹이었다. 여기에 예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우리도 살다보면 물질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편법으로 떡을 만들려는 생각이 들거나 이를 미끼로 한 유혹에 넘어가려고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떡은 곡식으로 만들어야지 돌로 만들면 넘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돌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법이나
과정을 중요시 하지 않고 결과만을 탐닉하다 보면 누구나 인생의 낙오자가 될 수 있다. 신정아씨 사건도 따지고 보면 곡식으로 떡을 만들지 아니하고 돌로 떡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결과가 파멸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사단의 두 번째 시험은 성전 꼭대기에 가서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뛰어내려 보아라... 천사가 너의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할 것이다”라고 한 유혹이다. 이것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뭐든지 하면 그 자리가 너를 지켜줄 것이다 하는 일종의 권세를 이용
하게 하는 현혹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사단의 그런 유혹에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변양균 실장은 안타깝게도 한 여자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해 최정상까지 오른 명예를
한 순간에 더럽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권좌가 나를 지켜주겠지 하는 무모한 생각이 자신을 망친 것이다.

사단이 예수에게 행한 세 번째 시험은 높은 산에 데려가 “나에게 엎드려서 절을 하면 모든 것을 네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단호하게 이를 거절했다. 이러한 유혹과 꼬임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이 다가오는가. 실제로 권력이나 명예, 돈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다 보면 많은 유혹을 당한다. 우리는 돈과 명예, 권력을 둘러싸고 오가는 숱한 비리와 사건들을 역사적으로 똑똑히 보아 왔다. 그 결과 적지 않은 권력자와 실력 있는 인사들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망신을 당하고 자신이 평생 동안 쌓아온 공적을 물거품으로 만드는지.

인류가 세상에 태어난 후 최초로 당한 시험은 사단이 하와로 하여금 하나님의 금기사항을 어기고 에덴동산의 먹음직도, 보암직도 한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인한다. 솔직히 이런 탐스러운 과일을 보고도 넘어지지 않을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 인간은 그렇게 유혹에 약한 존재이다.
문제는 이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고 참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유혹이란 언제나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 유혹이 우리는 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 걷기 시작하는 어린아이 때부터 우리는 부모로부터 받은 악을 이겨내고 피해가고, 또 다스리는 교육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교육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신정아, 변양균 실장과 같은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든 성공하기까지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다. 치부를 위한 노력으로 부자가 되었다면 그가 쌓은 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이름의 가치가 부여된다. 권력을 향한 피나는 노력으로 권력을 잡았다면 그 권력의 속성이 무엇인가를 잘 음미해 적절히 써야 권력을 행사하
는 사람으로써 그 개인의 이름이 영예로 가느냐, 불명예로 가느냐다.
살갗에 닿는 병균은 무수하다. 그러나 살갗에 닿는 병균을 죽이는 힘이 몸 안에 있어 끊임없이 침입하는 병균과 싸운다. 유혹하는 사람은 병균이요, 유혹에 빠지는 사람은 저항의 힘을 잃어버린 무력자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사회 전반에 숨어있다. 사람을 농락하고 사회를 농락하고
나라를 농락하는 이런 병균들, 혹 내 몸에 침입하는 것은 아닌지... 성경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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