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대통령의 레임덕 유감

2007-09-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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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세계 어느 나라 지도자이건 임기가 정해진 통치권자에겐 임기 말에 꼭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는데 이름하여 ‘레임덕(Lame Duck)’이다. 영구 통치권자나 장기 집권자에게는 언제 그 권좌에서 물러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레임덕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무너지기 시작하면 하루아침
에 끝장이 난다.

잘 알다시피 레임덕이란 절름발이를 의미하는 ‘레임’과 오리를 의미하는 ‘덕’을 합친 단어로서 ‘절름발이 오리’ 즉 ‘끝도 없는 사람’ ‘낙오자’ 등의 뜻으로 쓰이는 말로 우리는 이를 ‘권력 누수’쯤으로 해석해 쓰고 있다.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는 부시대통령도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일본의 아베 총리도 워낙 인기 없는 총리가 되다보니 언제 레임덕이 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차에 드디어 총리직을
사임하고야 말았다. 임기가 6개월도 안 남은 노무현 대통령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레임덕을 수렁으로 치자면 8할은 이미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레임덕은 가속화되고 있다. 그는 이를 웅변이나 하듯 “임기 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임기 말까지 현 체제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등 엄포와 허세를 겸용하고 있다.흔히 통치자들은 독선과 아집, 그리고 철권 통치로 레임덕의 벽을 넘으려 하고 있다. 노대통령
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 예를 들어보자.

첫째로는 남북정상회담에 목을 매왔다. 그러나 겨우 성사된 정상회담도 답방이 아닌 방문회담이다. 그렇게라도 해야 대선 판세를 뒤집을 수(정권 재창출)도 있을 것이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대통령도 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제일 문제점인 레임덕도 차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정상회담은 그에게 있어서 절대절명의 과제였을 것이다.

둘째, 면종복배하는 노의 남자들. 코드가 안 맞는다고 무언의 압력으로 잘라버린 전 법무장관, 헌신짝 벗어던지듯 장관 자리를 차고 나가 옛 상전의 섬머캠프에 합류한 전 환경부장관, 계급장 떼고 맞짱 뜨자고 한 김근태 전 장관, 애써 길러놓았던 전 통일부장관이나 전 복지부 장관
유시민 등이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셋째, 정부 내 언론사 기자실 통폐합 사건. 이것에서 레임덕을 막기 위한 철권통치 행위라고 생각한다. ‘기자실에 대못을 치겠다’는 대통령의 독선, 이것이 철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넷째, 빈발하는 대통령 최측근들의 비리사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여택수 전 청와대 수행비서관, 양길승 전 청와데 제1 부속실장 등의 사건은 제쳐두고라도 최근의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의 정치후원금 수수 의혹사건,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생한 ‘깜도 안되는 기사
거리’ ‘소설같은 사건’이라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직권남용 의혹 사건 등등 수많은 불미스런 사건들이 누적되어 생각보다 심각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났다. 주군을 바보로 만드는 부하직원, 이는 다시 말해 청와대의 검증 기능이 얼마나 무력하고 허술한가를 보여주는 레임덕의 한 파편일 뿐이다.

다섯째,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언행. 레임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DJ와 더불어 두 축을 이룸으로써 자신의 건재와 파워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제대가 임박한 고참병에게도 ‘레임덕’이 찾아오는데 하물며 일국의 통치권자인 대통령에게서야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레임덕을 막아 보겠다고 대화와 타협, 화합과 단결을 도외시하고 독선과 아집에 의한 철권통치로는 그 벽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후회 없는 5년,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추앙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산은 오르면 반드시 내려오게 되어 있다. 대통령이라는 권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5년이라는
세월은 찰라에 불과한 것, 인생 무상을 곱씹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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