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근혜 여사

2007-09-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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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정치 판에서 온갖 영욕의 맛을 다 본 공자는 69세에 낙향하여 후학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중국의 석학들 가운데 이름 끝자가 자(子)이면 “나는 공자의 가르침을 받고 공자의 제자가 된 사람입니다”를 알리는 사람들이고 자(子)자가 이름 앞에 나오는 사람이면 “나는 자사의 제자입니다”를 알리는 사람들이다.

자사는 공자의 손자로서 공자로부터 학문을 닦은 사람이긴 하나 공자의 인(仁)을 주춧돌로 한 사상과 역시 공자로부터 학문과 철학을 두루두루 수학한 맹자의 혁명적 사상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중용(中庸)이란 책을 써서 모든 일에 치우치지 말 것을 사람들에게 권유하였다.공자의 가르침을 모은 논어를 대하다 보면 공자의 인(仁)사상이란 곧 사랑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맹자의 생각은 달랐다. 사랑만으로는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공자의 인(仁)사상에 의(義)란 사상을 더하면서 공자의 수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맹자의 사상이 아무리 공자의 사상보다 사회에서 더 유용하게 쓰일 망정, 공자는 성인(聖人)이요, 맹자는 아성(亞聖)일 뿐이다. 맹자는 공자를 뛰어넘지 못하는 항상 제 2인자인 것이다.


세계사에서 혁명을 부추기는 두 사상가는 동양에서의 중국 태생인 맹자와 서양에서의 이태리 태생인 마키아벨리로 인정한다. 하늘의 뜻을 어기는 군주는 몰아내야 한다고 부르짖은 맹자의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국가의 성립과 국가의 유지를 위하여서라면 국민은 희생이 되어도 좋다는 마키아밸리의 의식은 혁명가들의 플랭카드였다.역사상 동양 혁명가들은 맹자의 사상을 떠받들어 왕조를 바꾸기도 했으며 근세에 와서는 공산주의까지 그 땅에 세웠고, 서양의 혁명가들은 마키아밸리의 사상을 떠받들어 혁명을 시도했다가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다가 역시 근세에 와서 레닌이 공산주의 혁명사상을 소련 땅에다 성공시켰다.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 두 사상가의 저서를 읽고 연구하면서 무력을 규합하거나 동지들을 묶어 혁명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주의의 대선주자로 나선 후보들은 동지만을 규합하여 경선에 나선다. 이들이 맹자의 혁명사상을 읽고 연구를 했을까? 현대 민주주의의 대권 쟁탈전이란 대선 후보들의 선거공약을 보면 무력을 뺀 혁명과 다름이 없다. 올해는 한국의 대선주자들이 대권을 향하여 경선하는 해이다. 십년 야당에 이번이야말로 정권교체의 기회라고 여기는 한나라당에서는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치열한 경선을 치렀다. 2,400여표의 적은 표 차이로 선두를 물려준 박근혜 여사! 경선에서 이기지 못한 박근혜 여사지만 패자를 시인하는 그 모습이 승자의 얼굴보다도 더한 승자로 남는 신선한 모습이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여기고 싶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구만리 자갈밭 같은 경선에서 회의에 지치고 찬반에 상심하느니 단상에서 내려온 평온한 마음으로 깊은 잠에 몸과 마음을 쉬었다가 그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하던 일을 본받아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대권의 행사보다도 더 뜻있는 일을 해 주었으면 한다. 나라 일이란 소외계층이 정치에서 더 중요하지 않는가! 사람은 누구나 살다가 가지만 하던 일은 남는다. 누군가는 해야 할 남은 일들, 육영수 여사가 남긴 일들, 영국의 찰스 황태자의 전 부인이었던 다이애나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찬 손을 잡고 위로하고 희망을 심어주며 돕는 박근혜 여사가 되기를 마음 한쪽에서 불을 지피고 기대한다.

인생에서 달인은 없지만 삶에서는 달인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를 잃은 후 어머니를 대신해서 영부인이 해야 할 일을 해 온 박근혜 여사는 시작과 끝이 달인의 모습이다.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오래오래 살아 숨 쉴 박근혜 여사, 온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정신적인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아성의 맹자가 아닌 성인으로서의 공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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