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구태에서 벗어나자

2007-09-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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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가을철 문턱에 다가 선 요즘 한인상인들의 얼굴 표정이 밝지가 못하다. 밸런타인스데이, 마더스데이, 독립기념일 등 각종 기념일 대목은 물론 여름 특수까지 사라지면서 고심이 한층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 노동절에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형 백화점이나 대규모 샤핑몰의 할인점 등 현대적인 유통시설에 밀려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한인 상점들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인상인들이 주름잡던 브로드웨이 도매상가나 플러싱 다운타운 등에서 타민족 상인이나 거대 유통업체들에 밀려 점차 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볼 때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서도 안타깝기 짝이 없다.이 같은 한인상인들의 경쟁력 상실 원인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수년 째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들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바로 가격 경쟁력과 고품질 운영을 앞세운 새로운 유통업태의 공략에 맞선 한인 업소들의 구태의연한 대응이다. 이로 인해 여전히 주먹구구식의 경영방식으로 운영되는 한인 업소들이 시장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정확할 것이다.

뉴욕일원 한인 상점들 중에는 아직도 크레딧 카드 기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곳이 상당수 있다. 국제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브로드웨이 도매업소 경우 제대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한 곳은 전체 200여개 점포 가운데 10군데도 안 되고 있다. 일부 도매 업소에서는 무자료 거래가 아직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곳도 있다.

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거대 자본을 앞세운 주류 대기업들은 대형화, 고급화 바람을 몰아치며 그동안 한인 상인들이 일궈온 오던 영역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중국, 아랍,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안계 상인들도 특유의 가격 경쟁력을 이용해 청과, 델리, 네일, 뷰티서플라이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예전에 좋았는데..’라며 과거 시절만 회상하고 앉아 있다가는 그간 피땀으로 일구어 온 한인 상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 질런 지 모른다. 하루 빨리 구태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가는 시장상황에 시급히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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