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실과 허위

2007-09-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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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 교수)

지금 고국에서는 조작연구 발표에 이어 학력위조, 허위 이력서 등으로 떠들썩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황우석 교수 사태, 장관과 모 대학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학계, 문예계, 연예계, 언론, 방송계 등 다방면에서 고백과 삭제, 그리고 수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하기야 이런 행실이 비록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보도되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적극적인 면에서 본다면 비록 ‘때늦은 겸손’이긴 하지만 공개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는 의미에서 오히려 후련한 느낌도 있다. 오랫동안 사실과는 다르게 학력이나 이력을 기록하여 제출한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회개하는 기사와 함께 사진까지 신문이나 TV에 발표가 되었으니
본인들의 심적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겠다.획일적이고 가문과 소속 집단을 중요시하는 우리의 전통문화로는 관련된 가족이나 일가친척,
단체에게도 소극적인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하늘같이 믿고 존경하면서 ‘유명인사’를 따르던 제자나 팬(Fan), 청취자들의 실망과 함께 일부에서는 분노를 느끼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이 보편적인 현실이 아니라고 믿는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력을 진실 그대로 발휘하여 정직한 삶을 만끽하고 있다고 본다. 옳은 마음으로 사회의 발전과 후생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양심파의 행적을 강조하고 싶다.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교
훈을 명심하고자 한다.우리는 ‘고 3’이라는 시련기를 겪은 후 입학시험이라는 ‘입시지옥’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여 대학을 졸업하였다. 더러는 국내의 대학원과 해외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노력가도 있다. 이렇게 참된 실력을 쌓아서 진실한 일꾼으로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볼 때 믿음직한 마음 뿐이다.

물론 고의적으로 사회를 속인 행동 때문에 남에게 심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면 응당 법으로 해결할 문제이다. 따라서 진실을 버리고 의도적으로 허위를 바탕으로 한 행동을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때 두부에 석회를 넣어 팔던 시절이 있었고 수박에 빨간 염색소를 주사로 넣어
속인 일, 중상과 모략, 거짓 증거, 심지어 대교나 고층건물이 무너져서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한 사실 등은 진실에서 이탈되었을 때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게 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

동양에서 맹자는 ‘사람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착하며, 덕을 성취하는 소인이 있기 때문에 사회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였다. 반면 순자(荀子)는 이기적 심정을 근원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하였다. MIT의 맥그레고(Douglas McGregor)교수는 기업 경영에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게으르고 무책
임하여 항상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다”라는 “X이론”과 “사람은 근본적으로 부지런하고 책임성이 있으며 다만 인정과 격려만 있으면 족하다”라는 “Y이론”을 형성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하여 네덜란드에 있는 건물 다락방에서 독일군을 피하여 가족과 함께 숨어서 생활하다가 끝내 발각되어 학살당한 ‘안네 프랑크’(1929~45)의 일기에 “그래도 사람은 본질적으로 선하다”라는 구절을 남겼었다. 온갖 고초와 불안, 그리고
공포에 싸인 최저의 생활을 하면서 지낸 소녀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생활, 기업경영, 대외무역, 문화, 대인관계에서 진실에 입각하여 투명적인 바탕을 기초로 생활철학을 정립하는데 총력을 다함께 기울어야 되겠다.마음 한 구석에 조금이라도 “정직하면 못 산다”라는 인생관이 있으면 과감히 불식시켜야 겠다. 경제가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시기와 허위로 법에 어긋나는 방식에 따라 돈을 갖는 규모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바람직하지 않다.

학위 위조를 고백하는 이 기회를 좋은 교훈으로 허위와 진실 중 어느 것을 택해야 되느냐 하는 질문에 우리의 답은 너무나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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