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과 집착

2007-09-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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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정(뉴욕가정상담소 카운셀러)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혹시 다치지 않을까,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 받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하는 부모들을 본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를 따라다니며 무슨 일이 없었는지 물어보고 조심하지 않는다고 걱정하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난을 한다. 하지만 아이가 물어보는 말이나 표현하는 감정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고 계속 간섭하고 걱정만 할 뿐이다.

아이를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무언가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집착하는 마음이 있다. 완벽하게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집착은 불편은 하나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을 만들지는 않는다. 또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것에 집착함으로 인해 사회적 성공을 얻는 사람들도 있다.그런데 그 정도가 심해지면 병리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스스로 뿐만이 아니라 가까운 주위 사람들에까지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사람에게 집착하다 보면, 특히 가장 친밀한 가족들, 남편, 부인, 아이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마다를 지적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한다거나 조그만 문제도 크게 부풀려 생각하고 불안해 한다거나 하는 것들로 나타날 수 있다.
일이나 인정에 집착하게 되면 가정의 일은 무관심하면서도 직장의 일이라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휴일도 마다 않고 일에 파묻혀 산다. 학벌이나 명성에 집착하게 되면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됨됨이 보다는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정도의 지위에 있는지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외모에 집착하게 되면 무리해서 성형을 하거나 명품을 구입한다. 도박, 오락, 술, 마약, 성 등 쾌락적인 놀이에 중독되는 것도 집착의 모습이다.
그러면 왜 집착을 하게 될까? 집착을 한다는 것은 박탈감이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 박탈감은 어린 시절 생존을 위해 의존해야만 했던 주요 대상, 부모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지배나 통제를 당하거나 무시받고 무관심하다고 느꼈을 때 생길 수 있다.심리적으로 박탈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대상을 통해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려고 하기 때문에 상대의 욕구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킬 대상이 있으면 그 대상의 반응에 상관 없이 간섭하고 통제하려고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과도하게 화를 내고 실망하거나 섭섭해 하고 억울해하기 까지 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면서 상대 탓을 한다. 그 내면에서는 어린 시절처럼 관심받지 못할까, 또 무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들로 가득 차 있다.집착하는 사람은 상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박탈감을 느끼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불안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부모에게 느낀 결핍으로 내가 이렇게 불안해 하는 것처럼 다시 그 불안이 자식에게 물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아이를 사랑해서 간섭하고 걱정하기 보다는 나의 불안으로 인해 아이를 괴롭히면서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심리치료나 상담, 부모 교육을 통해 자신의 불안의 근원을 탐색하고 아이와 건강하게 대화하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사랑이란 나의 욕구에서 상대를 걱정하고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편에서 온전히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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