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람직한 노년의 삶

2007-09-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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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스미스타운)

노인은 무슨 기준으로 늙었다고 할까? 우선 깊은 주름살, 탄력 잃은 까칠한 피부, 꾸부정한 어깨, 지친 듯 보이는 무거운 발걸음, 시도 때도 없이 뿜어내는 한숨소리, ‘한’이 서리서리 얽힌 슬픈 눈동자, 나무 뿌리처럼 주름으로 굳어진 손마디, 주머니 속에는 그 흔한 달러 한장 없이 담배 가루만 수북히 쌓여있는 거지들 주머니 보다 더 초라한 모습 등…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 다르다.그 많던 꿈이 이제는 하나도 남은 것이 없다는 허무감이 노인들을 슬프게 한다.

나는 가끔 노년에 접어 들었지만 아직도 꿈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본다. 이들은 아무런 일이 없이 무작정 시간만 죽이며 살아가는 노인이 아니라 아주 젊고 활기있는 역동적인 노인이라고 하고 싶다.
나는 가끔 나이가 많지 않은 이런 젊은층의 노인들을 만나곤 한다. 그들은 비록 나이는 들었어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팽팽하고 건강한 피부와 당당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모르긴 몰라도 그들이 지닌 긍정적인 삶의 형태와 사고방식이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늙은이’라는 표현은 꿈이 사라진 슬픈 세대를 말한다. 그러나 젊은 늙은이라고 하면 두 가지 층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미래에 대한 의미를 정리하지 못한, 즉 정신적인 나이가 늙은 노인들을 말함이고 다른 하나는 나이는 비록 들었지만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노인을 말함이다.

이 가운데 문제는 정신적인 나이가 늙은 젊은 노인들이다.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침묵하며 살고 있다.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하나? 그들도 늙기 전까지는 당당하게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살아왔다. 그것이 무슨 잘못이길래 나이가 좀 들었다고 집안에서 무능한 남편, 힘 없는 아버지로 전락해야 하는가. 이들은 지금도 가슴앓이를 해가면서 이 세상을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이런 이민 1세의 한 많은 이야기가 어디 한 둘이랴, 그렇다고 자손들한테만 책임을 돌릴 일이 아니다. 나의 입장에서도 젊은이들을 이해하며 어떻게든 내 자신이 젊고 활기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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