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국 정치 바람

2007-09-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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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12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뉴욕한인사회에도 한국 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유력 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후원회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한국의 유력 정치인과 연계하기 위한 물밑 작업도 한창이다.특별 보좌관 명함을 받았다며 대대적인 홍보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이명박-박근혜 경선’이 한창일 때 특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이 적어도 수백, 수천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한국의 유명 정치인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처럼 과시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며, 당내 경선이 치열할 당시에는 ooo당 후원회라는 유령단체가 나와 친북 좌파 운운하며 광고를 내기도 했다.


최근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동포 간담회를 가질 때마다 한인회와 직능단체 등 한인사회의 주요 인사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대거 출동하고 있다. 마치 이런 자리에 빠지면 큰일이 난다는 식으로. 한인 1세들이 한국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그다지 탓할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에 살고 있지만 문화적, 정서적 일치감은 아무래도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또 재외동포의 참정권 문제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무엇보다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회장’들이 한국 정치 바람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은 보기 흉하다. 총영사관이나 정치인의 간담회에는 기를 쓰고 따라가면서 막상 한인사회의 이슈가 되는 행사에는 시큰둥한 이중적인 모습 때문이다.
혹자는 예전 박지원씨나 김혁규씨의 예를 들면서, 뉴욕 한인 출신 한국 정치인 배출이 재외동포들을 대변할 수 있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들이 한인들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내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지인들의 자기 과시용으로 활용되기는 했다.

바람은 바람이기 때문에 막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다만 현직 또는 전직 단체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많다면, 단체의 활동이나 한인사회의 활동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단체장이라는 직책을 자신의 영리와 명예만을 위해 이용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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