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자람의 미학

2007-09-06 (목)
크게 작게
이성열(조선족)

누구나 다 똑똑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똑똑하다는 평을 듣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당신은 참 똑똑합니다” “당신은 참 너무 아시는게 많군요” 등등의 말을 들으면 “아, 아니, 뭐 별걸 가지고...” “아니 뭘 별말씀을요” 하면서도 입은 금새 함박 만큼이나 찢어진다.

반대로 만약 “당신 좀 모자란 것 같군요”라고 한 번만 말해 보라. 단박에 기세 사납게 덤벼들 것이다. 자칫하면 한 방 얻어맞고 나가 떨어지는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똑똑한 사람들은 단체생활에서 항상 자기의 목소리만 내기 좋아하고 항상 행사 후에 이러쿵 저러쿵 남을 비판하기를 좋아하고, 항상 남과 대립되는 의견을 들고 나와 자기의 똑똑함을 더 한층 증명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원래 모든 문제나 사물들은 부동한 모양의 측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갖가지 같지 않은 의견이나 해법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체생활에서는 문제들의 여러 측면을 까발리고 그걸 끝없이 논하기 보다는 의견의 일치와 팀의 단합이 더 중요하다. 보통 보면 너무 똑똑한 사람들은 단체생활, 직장생활 등을 썩 잘 하지 못하고 팀의 단합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좀 모자란 사람들은 남의 의견을 잘 경청하며 집단이나 단체의 의견을 묵묵히 잘 따른다. 그리고 일이 혹시 뒤틀려도 시시비비를 따지지를 않는다. 그리고 잔꾀를 부려 누구를 해하고 작은 실리를 탐하거나 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단체에서 부여하는 임무들을 충실히 수행해 나간다. 이런 사람들은 단체나 집단에서 환영받는 사람들이며 더 나아가서 국가에 더없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도 너무 똑똑한 사람들보다는 좀 모자란 사람들이 훨씬 더 성공적이다. 보통 보면 너무 똑똑한 사람 주변에는 확실한 친구들이 별로 없다. 하지만 좀 모자란 사람, 혹은 약간 푼수끼가 있는 사람 주위에는 항상 많은 친구들이 붐빈다. 왜일까? 아마도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들은 옆의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긴장시키지만 좀 모자란 사람들은 상대방을 알게 모르게 안심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긴장을 풀 수 있고 안심되는 곳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그들은 틀리다.

똑똑한 사람들은 자기의 능력이나 지혜를 맹신하기 때문에 자칫 일을 그르칠 때도 많다. 하지만 좀 모자란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치지 않기 때문에 늘 남들의 도움을 받는다. 늘 남들의 의견들을 여러모로 청취하기 때문에 크게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똑같이 문제가 발생하여도 똑똑한 사람들은 항상 문제의 책임을 남에게, 또는 객관적으로 찾고 분석한다. 하지만 좀 모자란 사람들은 모자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시정이
빠르고 앞으로 같은 과오를 피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내가 요즈음 발견한 것이 아니다. 2,500여년 전에 동양의 대 성인이신 공자가 벌써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느니라”라는 말씀으로 너무 똑똑한 것이 오히려 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너무 잘 난듯이, 똑똑한 듯이 여기 저기 나대지 말자. 넘치지 말자. 그것은 결코 모자람만 못할테니 말이다.많은 사람들이 코웃음 칠지 모르겠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너무 똑똑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사람을 일컫는 것이고, 좀 모자라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좀 모자
라다고 생각하는 겸손한 사람을 일컫는 것이다.

위의 내용과는 3천리 떨어진 말이지만 밥도 좀 모자라게 먹고 욕심도 좀 모자라게 갖는 것이 장수와 건강에 좋다고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