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테러 없는 세상

2007-09-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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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지난 8월 한 달 동안 최대의 관심사는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억류되었던 한국인 피랍자들의 구출협상 과정이었다. 두 명의 아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처음 두 명에 이어 19명, 총 21명이 무사히 석방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또 9월이 오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 9.11 테러에 의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붕괴된 사건이다. 벌써 6주년이 됐지만 그 날의 악몽은 잊혀지지 않는다. ‘테러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없을까?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 없겠지만, 죽이고 죽는 ‘살인’행위는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넓은 의미에서 ‘테러(terror)’는 전쟁을 포함한 모든 폭력행위를 말하는 것이지만, 좁은 의미에서의 ‘테러’ ‘테러리즘’은 기존의 권력체제인 국가나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공격하는 반체제 단체의 비정규적인 공격 형태를 말한다. ‘테러’의 형태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기록에 의하면 최초의 테러리스트는 ‘카인’이다. 아담의 첫 아들인 카인은 동생 ‘아벨’을 질
투해서 돌로 쳐 죽이므로 최초의 살인자로 기록된다. 그 이후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전쟁과 테러로 이어지고 있다.


로마의 영웅 시저도 원로원의 집단 테러로 쓰러졌다. 중국을 통일시킨 진시황을 끊임없이 공격하던 ‘형가’를 비롯한 자객들도 말하자면 ‘테러리스트’들이다. 오늘날의 테러리즘의 개념은 제정 러시아 말기에 ‘테카브리스트(12월당)’ 등 반체제 조직의 요인 암살행위를 통한 정부전복 시도를 그 시작으로 본다. 왕국에서 공화국 체제로 격변하는 19세기 말부터 사회주의의 도전과 직면한 20세기 전반에 걸쳐서 테러리즘은 반체제 조직에게 유용한 공격수단이 되었다. 2차 세계 대전이후 가장 큰 테러는 한반도에서 진행된 남로당의 반체제 공격이고, 또 하나는 1957년 프랑스로부터 알제리의 독립을 요구하며 북부 카스바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이다.

‘테러’의 특징은 비정규 조직에 의해 사전에 예고도 없이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선량한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공격하는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어린아이를 포함한 무고한 백성들이 백주에 횡사를 하게 되고, 그 ‘랜덤(무작위)’ 방식의 공격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어 ‘패닉(panic)’ 즉 ‘공황’ 현상을 초래하고, 테러 신드롬을 일으키게 된다는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해인 2001년에 발생한 맨하탄 월드 트레이드 센터 쌍둥이 빌딩 폭발 테러는 21세기를 시작하는 인류에게 던진 ‘궁극적인 화두’로 볼 수 있다. 과연 인간은 이 지구상에 전쟁과 테러 없는 ‘천년왕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이상주의자를 비웃듯이 9.11테러가 발생했고, 그 이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대 테러 전쟁이 발발해서 오늘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선량한 젊은이 두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인류는 절망해서는 안 된다. 판도라의 상자는 ‘희망’을 속삭이고, 성경과 코란은 ‘용서’와 ‘관용’ ‘미덕’을 가르친다. 유엔본부 앞마당에는 커다란 칼을 망치질해서 쟁기로 만드는 동상이 있다. 히브리 예언자 이사야의 ‘평화의 예언’을 모티브로 구 소련에서 제작해 기증한 작품이다. 또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국출신 유엔사무총장과 산하 국제단체들이 있다.

전쟁과 테러가 옛 이야기로 남는 ‘평화로운 유성’ 지구촌을 건설하기 위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자.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내 자신부터 ‘어떠한 일이 있어도 화내지 않는 인간성 훈련’을 해야 한다. 테러는 ‘분노’ 혹은 ‘증오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테러에 대한 문제점을 밖에서 찾기 보다는 우선 개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고 종교나 자기 수양을 통해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테러 본능의 뿌리를 뽑아내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가까운 가족, 즉 부부간에나 자녀에게도 고운 말을 쓰고, 화내는 일부터 고쳐야 된다. 대형테러는 작은 문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가족 간에 오가는 언행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해 먼저 가정의 평화를 이루고 그 다음에 사회를 테러 없는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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