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 ‘박사모’는 뉴욕 ‘박사모’를 본받으라

2007-09-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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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지난달 25일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가질 것이라고 발표하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들은 ‘여론조사 경선 무효’ ‘부정선거 원천 무효’등을 외치며 한나라 당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한편 ‘경선 불복 총동참 서명운동’에 들어간다고도 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박 전 대표는 승복했지만 주인인 회원이 인정하지 않으면 원천 무효”라고 부르짖더니 드디어 경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필자는 감히 박사모 회원들에게 몇 마디 충고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우선, 여러분이 하는 행위는 경선에 패했지만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 패자이면서도 승자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이나 충성 표시가 아니라 그녀를 욕되게 하는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여러분의 투쟁이 강하면 강할수록, 커지면 커질수록 박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지지가 식어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흥분과 고성이 최상은 아니다.


다음은 여러분의 강경 투쟁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혐오와 반감으로 연결시킨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급조된 신여당(대통합 민주신당)에게 반사 이익을 주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즉 노정권의 재창출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투쟁과 주먹질만이 능사는 아니다.
셋째, 경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는 이 후보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그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2002년 재판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내분과 방심은 금물이다.

넷째, 박 전 대표의 철저한 준법정신을 훼손시켜서는 안된다.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그녀의 결심에 찬사를 보내라. 그리고 그녀의 준법정신을 본 받으라! 97년 경선 때의 그 누구처럼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해서 독자 출마라도 해야 여러분의 속이 풀리겠는가? 이 후보의 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로 출발하여 아주 근소한 표 차로 패배한 박 전 대표가 자랑스럽지도 않은가? 패배를 인정하고 정권교체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박 전 대표가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지 않는가? 백의종군하겠다는 그녀가 얼마나 훌륭한가는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이번 대선이 마지막은 아니지 않는가?

더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잠시 움츠렸다고 생각하라. 자신이 없어 일찌감치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신여당으로 간 손 전 지사를 보라! 현재 국민들에겐 물론 여당 내에서도 따돌림 당하고 있는 그와 비교할 때 그녀의 언행이 얼마나 존경스러운가! 그런데 옥에도 티가 있다는 옛 말과 같이 이같은 투쟁이 불미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만류하지 않는 박 전 대표의 속셈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8월 28일자 뉴욕한국일보에 의하면 8월 27일 뉴욕에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 뉴욕위원회가 출범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뉴욕의 박근혜 후원회(대표 이정공)까지 이 후보의 대선 승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면서(한국일보 8월 24일자) 그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해 온 뉴욕지역의 한인후보연대가 새롭게 출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뉴욕에서는 하나로 뭉쳐 공동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서울 박사모는 이 무슨 해괴한 짓을 하고 있는가? 지금은 투쟁이나 소송으로 허송세월 할 때가 아니다. 자중지란으로 적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위에서 보면 내리막길이요, 밑에서 보면 오르막길이다. 이렇게 양쪽에서 보지 말고 위에서 내려다 보던 아래서 올려다 보던, 한 곳에 모여서 바라보라. 그리하여 오르막길이던 내리막길이던 한 길을 택하라. 그 길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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