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는 지혜

2007-09-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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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목사)

흔히들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수렁에 빠졌다”고 남의 집 이야기하듯 하면서 “어서 속히 손 털고 이라크에서 나와야 한다”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지구촌 세계화 시대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사태는 일차로는 자신들 내부와 주변 국가의 문제이고 다음으로는 미국과
미국에 도전하는 강대국들의 문제이다. 그러기에 모든 국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이 패배하기를 바라는 이란은 시아파이면서도 수니파 테러와시아파의 강경파를 동시에 돕는 것은 내란을 부추겨 자신들의 입지와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한편 수니파의 거두 사우디아라비아는 친미 국가로 강경파 지하드를 돕지 않아, 미국이 철군하게 되면 시아파들이 전 이
라크를 지배하게 되어 상상을 불허하는 내전이 전개될 것이다.
지난날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군했을 때에 베트남의 보트피플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의 비극은 비교가 안될 것이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 미국이 없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상상할 수 없다. 중동의 비극이 연출되었을 때의 세계 석유시장은 토네이도를 일으키고 세계 경제공황
이라는 블랙홀이 닥쳐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은 세계 문제와 중동 문제에 대한 책임관계에 인색하다. 한국군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한미관계의 체면상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라크 주둔 한국군은 4년간 미군 3,000여명이 전사하는 동안에 총 한방도 쏘아본 일이 없다. 김선일씨의 목을 밴 이라크의 알카에다 대장 알 자르카위를 미군이 사살한 일에 대해 한국군은 묵묵부답 속에 서둘러 철군 보따리를 싸는 형편이다.이에 반하여 8월 22일 독일 메리켈 총리는 국영 ARD TV와의 인터뷰에서 “자국민이 피납되어 있는 것에 우리가 책임을 지지만 불법집단인 탈레반의 요구에 대화하지도 않을 것이며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적을 소탕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정부의 형편은 외교 안보에는 관심이 없고 오는 대선에 도움을 구하기 위해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해 NLL의 국경 개념을 희석하면서까지 북에 선물보따리 준비에 부산한 중이다. 선교봉사단 23명이 탈레반에 피랍된 소식을 뒤늦게 외신을 통해 알고서는 천방지축으로 허둥댔다. 다급한 나머지 어용 코드인사를 동원해서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봉사단원을 탈레반 수감자와 교환하여 구출할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선동하고 반미정치를 부각시키려는 촛불시위를 미대사관 앞에 차렸으나 아무 효험이 없었다.

한편 8월 22일 아침, 독일군이 지휘하는 유럽연합군은 탈레반 본거지 마루푸와 무사카라에서 반군 80여명을 사살했다. 여기서 봉사단원을 납치한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스프 아마디에게 중상을 입혔고, 수뇌부 핵심들에게 치명타를 주어 그들의 기세를 꺾었다.
같은 날, 열우단 전 의장 신기남은 버시바우 미 대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미 대사가 탈레반 수감자들과 피랍자들을 교환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길이 있다고 말을 했을 때... 신기남씨는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피랍사태가 만의 하나 최악으로 흐르면 한미동맹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으름짱을 놓음으로써 아마추어 정부의 칠전팔도(七顚八倒)를 그대로 보였다.

한국의 고위인사들은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나 하는지.. 다른 나라 영웅들의 희생 덕분으로 협상도 가능했던 것을 짐작이라도 한다면 오늘의 세계 앞에서 “우리 민족끼리”라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소리는 삼가야 할 것이다.21세기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어디서나 법을 지키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책임 앞에 자신을 던져야 할 때가 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십자가로 희생할 때 책임과 역사를 넘어서는 의로운 존재가 계시되고, 창조에 따른 새 것이 시작된다”는 독일의
신학자 J. 몰트만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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