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은주 의 공간연출-공간 비우기

2007-09-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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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공간에 존재하고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각각 개인의 생활에 맞게 다듬어질 때 공간은 그 빛을 발하게 된다. 단순한 주거공간도 마찬가지인데 그러한 이유로 좀 더 편리한 생활과 편안한 휴식을 누리며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기도 한다. 거기에 개성이 넘치는 나만의 독특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이런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자연의 햇살이 그대로 투영되며 우리가 편안함과 안정감을 누리기 위해서,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우선 먼저 해야 할 일은 많은 가구와 좋은 물건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대형가구나 커다란 장식품등으로 가득 채운 공간은 무엇보다 동선이 자유롭게 이어지지 못하게 되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주거공간이란 모름지기 인간을 위한 것이지 그 공간의 부속물로 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부드러운 색의 벽면,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디자인된 커튼 장식, 적재적소에 놓인 장식품과 액자들은 복잡했던 하루의 생활을 마무리하기에 적당한 정도면 좋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가구와 장식 그리고 여기저기 의미 없이 걸려있는 액자들을 떼어놓고 넓어진 공간을 둘러보자. 그리고 가장 적절한 곳에 꼭 필요한 가구들만 배치를 해보자. 가끔은 한쪽 벽면을 완벽하게 비워두며 여유로운 공간미를 즐겨보자. 그러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이 보다 안정되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쇼윈도에 멋지게 진열된 아름다운 물건을 보면서 그것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공간 어느 곳에 배치되어 질까를 생각한다면 필요치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듯이 살아가는 공간도 자연의 이치에 따라 꾸민다면 나만의 만족한 공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마음을 비우라고 나직한 음성으로 늘 말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자연의 가르침인 것이다.

<테라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213-48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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