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법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07-09-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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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전 MBC 아나운서)

이민의 나라 미국에 몰려든 이민들은 저마다 꿈을 품고 산다. 아메리칸 드림이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부여해 주고 동시에 자유경쟁에 나설 수 있게끔 제도적 뒷바침을 해주는 사회적 배경이 곧 미국의 저력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엄격한 룰(Rule)이 따른다. 추상같은 미국법이 미국을 이끌어 간다. 움직이는 사회 답게 법치국가 다운 모습이 미국의 참 얼굴이다.
법률에 도전하는 미국인은 거의 없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일반 투표에서는 이기고 법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길길이 뛸만한 충격적인 판결 같지만 두 말 없이 법에 승복하는 정치 행사이기도 했다. 인간의 복리를 위하여 인간의 손으로 만든 법을 인간이 제대로 이행할 때 그 법이 인간을 돕는 모양이다.


미국의 법 운영을 살펴보면 죄와 벌을 정비례시키는 시스템 관리제도가 각별하다. 법이 강자에게 약하다거나 약한 자에게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법을 만드는 것보다 법의 집행이 더 중요하다는 미국의 제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지론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일사 불란하다.위법(僞法)에 대해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미국의 법 집행을 보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만도 하다.

쓰레기나 휴지 한 장 잘못 버려도 200 달러에서 1,000 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만큼 법적 제재가 워낙 많은 나라여서 초기 이민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미국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을 양심으로 가리는 것보다는 법으로 가리는 것이 훨씬 편하고 공평한 것으로 친다.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그럴 것이다.미국에 유난히 변호사가 많아 변호사의 나라로 칭할 정도지만 법에 대한 시민들의 의존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에 일어난 자연스런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경제적으로 신용불량자가되면 신용 회복에 많은 세월이 필요하지만 인간적으로 신임을 잃고 살면 평생동안 신뢰회복이 어렵다.

거기다 거짓말에 대한 미국인의 거부감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사람을 다스리는 일은 있어도 법을 다스리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중국의 전국시대 유명한 유학자였던 순자(荀子)가 한 말이다.인치주의(人治主義)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경구(警句)인 셈이다. 인치가 법치를 누르면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 공평이 허물어지고 신뢰가 부서진다.

법은 정의와 자유로 통한다.
법은 민주주의 상징이기도 하다. 평등의 원칙 갖고 공평한 삶을 추구하는 미국 법을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미국 이민자들의 기초적인 과제이면서 필수에 속하는 일이다.신뢰와 정직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미국이 천국이지만 요행과 한탕주의로 사는 사람에게는 미국이 지옥으로 인식되기 알맞다.
왜 그런가? 땀으로서만이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이루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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