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누면서 사는 사람들

2007-08-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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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한 두번 주고 마는 사람보다는 오랫동안 나누면서 사는 사람들이 사람 사는 사회를 더 아름답게 꾸미는 사람들이다.

준다는 것은 대부분 단발성으로 끝이 나지만 나누면서 사는 사람은 그 마음 한 구석에 긍휼(矜恤)하는 마음이 삽자루로 자리를 틀고 있어 어려운 사람들의 거친 밭고랑을 파주면서 그들에게 희망이란 씨를 뿌리는 개선의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나누는 사람들의 행위는 그 행위가 단발이 아니라 지속적이다. 미국에서 생기기 시작한 재벌은 게티와 라커펠러로서, 게티의 집안은 게티란 이름으로 지금도 오일을 팔고 있으나 주지도 않고
나누지도 않았던 그의 집안은 많은 불행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왔으나 라커펠러의 집안은 달랐다.


전기의 생산량이 빈약했던 시절에 밤에는 방안 불 밝히고, 온방장치가 시원치 않았던 겨울에는 난로에 쓰이는 석유를 생산하여 일약 부자가 되기 시작한 라커펠러는 포드의 자동차 발명과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겪으면서 에타놀과 휘발유 생산으로 미국에서 명실공히 제 1의 부자가 되
었다. 그의 나이 33살에 백만장자가 되었고, 43살에 미국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되었고 그의 나이 53살이 되었을 때에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최대의 갑부가 되었다. 미국이 내놓은 세계적인 재벌이었다.

그러나 그가 55살이 되었을 때 불치의 병이 그를 찾아왔다. 치료를 위해서 찾아다니던 병원의 의사들은 한결같이 일년 이상은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의 카드를 내놓았다. 목숨이 없으면 세상의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목숨이 없으면 그 많은 재산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상의 모든 것을 단념해야 한다는 처참한 생각이 그를 휩싸고 있을 때, 마지막 병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찾아간 병원의 복도에서 벽에 걸린 액자를 읽게 되었다.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복이 있나니”... 무심결에 그 글을 읽고 있을 때,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비서의 말인즉, 병원 입원비 때문에 어느 환자의 어머니가 병원의 직원과 다투는 소리라고 했다. 병원측에서는 입원비가 없으면 입원이 아니된다고 거절했고 환자의 어머
니는 딸의 병을 고쳐달라고 사정 사정하는 과정에서 큰 소리가 난 것이었다. 라커펠러는 비서에게 그 환자의 병원비 일체를 내주라고 명하면서 이 일은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라고 했다.깊은 병에 시달리던 소녀는 그 덕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병마에서 해방이 되었다. 라커펠러는 그 소녀의 완쾌를 보고 기뻐했다. 그 후 라커펠러는 한 발 더 나아가 어려운 사람에게 한 두번 주고 마는 자가 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가 이룩한 부(富)의 한 부분을 어려운 사람이나 가난한 예술가에게 얼마만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평생을 두고 나누면서 살았다. 라커펠러는 그의 자서전에서 “나는 살면서 나누면서 산다는 삶이 이렇게 행복한 삶이었는지를 몰랐고, 예전에는 이런 삶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습니
다” 그 후 라커펠러는 98세까지 살았다.결국 나눔에서 오는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그를 오래 오래 살게 한 명약이었다. 그는 인생의 절반쯤 되는 55년 동안은 항상 쫓기며 살다가 불치의 병을 얻었고, 병원 복도에서 읽었던 한 줄의 명구를 실천하면서 산 나머지 43년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을 하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세상살이에는 ‘스탠다드’가 제일이라고 여긴 그의 인생철학을 내세워 standard 오일회사를 설립한 라커펠러와 자기의 이름을 내세워 게티 오일회사를 설립 운영하는 게티는 대조적이다. 나눔의 가치를 아는 라커펠러와 그의 집안 가족들은 박물관도 짓고 거대한 화원도 만드는 등 사회적으로도 많은 것을 나누면서 행복을 안고 살았지만 나눔을 모르던 게티의 집안은 부의 축적에서는 성공을 했는지 모르나 대부분의 가족이 불행을 안고 살았다.

뉴욕의 이민사회에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돈으로나 경험으로나 도움을 주면서 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보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마음 흐뭇한 일이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단발성의 ‘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나누며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소식이 영변 약산에 핀 진달래꽃
피듯, 우리 사회에 울긋불긋 피어 우리나라 나라꽃이 무궁화니 이삼일 피었다가 떨어지면 곧 뒤따라 또 피는 무궁화꽃처럼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금과옥조(金科玉條)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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