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꼴뚜기 전성시대

2007-08-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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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목사/수필가)

요즘 고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 간에 경합열이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열기 속에 격전을 치루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가?

이미 결판이 다 난 듯이 아우성들이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마지막에 가서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런 예측도 불허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에 불을 뿜어댈 것이라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입후보자가 어느 특정 종교의 중직을 가졌다고 해서 유리할 것으로 미리부터 낙관하고 있으니 이는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격이 아닐런지?


역대 대통령 중에는 교회의 장로직을 가졌던 분들이 있었다. 그들이 선거전략상 교회를 배경으로 해서 많은 득표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종교인 답게 선정을 베풀기는 커녕 오히려 교회에 누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적용된 셈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꼴뚜기들이 날뛰고 있으니 유권자들은 지난 날을 거울삼아 지혜롭게 권리 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교회 장로직을 가졌다면 신앙생활 경력도 짧지 않을 것이고, 나름대로의 신의와 지조도 있으리라 믿어진다.

그런데,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겠으나 정권 유지를 위해서 나의 신앙의 지조를 아랑곳 하지 않는데서야 어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수반의 자격이 있다고 보겠는가? 정권이란 당분간의 것이고, 신앙은 평생의 일인데 잠시 동안의 권력을 얻기 위하여 나의 일생
의 것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주어진 임기가 끝나고 나면 부득불 야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 때 가서 재임기간 동안에 선정을 베풀지 못한 일 때문에 법의 저촉이나 또는 모종의 보복이라도 당할까봐 전전긍긍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처신함이 지도자 다움이 아니겠는가.

꼴뚜기들은 비단 정계에만 있는 게 아니라 교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설쳐대고 있어 가히 목불인견이라 하겠다. 예수께서는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 보다 더 낫지 않으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교회가 세상 풍조를 모방해서 똑같이 행세를 한대서야 성속(聖俗)의 구분이 모호해져 교회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상실하게 될 것이다.

차제에 정치 지도자이건 종교 지도자이건 백성(대중)을 우롱하는 따위의 꼴뚜기 행세를 중단하고 자숙함으로 이 사회를 정화시키고 교계를 순화시키는 일에 이바지 할 것 같으면 그 이름이 후세에 길이 빛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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